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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큰 아이는 중3때와 고3때 수학 과외를 각각 3개월간, 고2때 수학 학원에 다닌 3개월간을 제외하면 전혀 별도의 지도를 받지 않았고, 작은 아이는 단 며칠도 학원에 다닌 적도 과외를 한 적도 없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애들이 원래 천재적인가 보다고 말씀하기도 하시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이 성적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중3 정도부터였고,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절반보다 좀 더 잘하는 정도였지요. 물론 어릴 때부터 글자를 특별히 일찍 깨쳤다든지 하는 식으로 남보다 월등 뛰어나다 할 표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지금 우리 큰 애는 서울대학교의 최상위권 학과를 장학생으로 합격하여, 지금까지 3학기를 지내는 동안 성적이 쭉 우수합니다. 작은 아이는 집에서 가까운 일반 고등학교 1학년인데, 지난 1학기 전체 성적이 전교 1등이었습니다. 두 아이 다 학과목 중에서는 영어와 수학, 그리고 체육을 가장 잘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은 처음에는 별 볼일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적이 올라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빛나게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된 셈이지요. 그것도 돈 한푼 쓰지 않고, 엄마가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한 적도 없고 붙들고 가르치지도 않는데, 본인들이 알아서 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점점 나아진 거지요. 사실 저 자신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수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될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요.
이런 사정을 잘 아시는 분들은, 특히 저희 주변에서 가까이 지내면서 저보다 어린 아이들을 둔 주부들은 아이들 키우는 일에 관련된 것이라면 매사에 저와 상의를 하게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제까지 공식적으로 제 의견을 말할 기회는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니 자식 자랑이나 제 자랑을 하는 팔불출이라고 생각지 않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저도 왜 아이들이 그렇게 공부를 스스로 알아서 잘 하게 되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아이들의 성적에 대해 제가 첫 번째로 가졌던 마음가짐은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살아 온 경험 때문이었지요. 학교 다닐 때는 누구 부럽지 않게 공부를 잘했는데, 몸이 약해지고 마음이 불행해지면서 제 인생은 고통의 연속처럼 여겨졌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을 나아서 키울 때도 그 상태는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아무리 공부 잘해도 소용없다, 그보다는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며 운이 좋아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육아의 제일 목표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 만들기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반에서 중간 정도밖에 못할 때도, '엄마 아빠보다 애들이 영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우리 아이들과 나이가 비슷한 주변 친척이나 이웃 중에 빼어나게 공부를 잘 하는 애가 있어서 우리 애들이 비교가 되어 흉거리가 될 때도, 제가 굳건하게 성적에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지요. 강남 아파트 단지에 살 때 인근 초등학교 시험기간 한달 이전부터 놀이터에 아이들 그림자가 없는데, 나와 노는 것은 오직 우리 아이 둘 뿐이었으니까요.
그 대신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루하루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아끼지 않고 노력과 돈, 시간을 들였습니다. 유기농 먹거리로 매끼 정성 들여 준비하는 식사, 건강해지기 위한 방법에 대해 정보를 구하고 실천하는 데 주력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생활이 풍부해지도록 이웃과 친척, 아이들의 친구들에게도 공을 들이고, 여행을 다니거나 책을 사주거나 전시회, 음악회 등에 가는 일도 부지런히 했었구요. 특히 공기가 좋은 자연 속에서 뛰노는 기회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만들었습니다. 물론 사람이 언제나 자기 계획대로 살 수는 없지요. 저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 5년 정도 직장을 다니면서, 제 생활을 제가 컨트롤하기 어려웠을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지향이 그랬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저의 지향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성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나중에 성적을 올리려고 본인이 마음먹었을 때 장시간 공부를 하면서도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열중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누린 풍부한 생활 경험이 나중에 아이들이 각종 실기 평가나 수행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따게 되고, 이웃 어른이나 친척 어른, 친구들과 잘 지내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 선생님들께 좋은 인상을 주게 되어 결과적으로 아이들 성적에 다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는 것도 요즘 와서 깨달은 일입니다.
두 번째,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의 원칙은 위험하거나 나쁜 일만 아니면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실컷 하게 내버려둘 뿐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일에나 흥미를 보이면 그것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도와주었습니다. 하기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강제하지 않았지요.
우리 큰 아이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알토 레코더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것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밤낮으로 피리 소리를 삑삑 대며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피아노나 좀 열심히 치지 왜 쓸 데 없이 저런 피리를 불까 못마땅했지만, 한번도 표시를 내지 않고, 피리를 잘 분다고 칭찬을 해주었지요. 그애는 점점 피리를 좋아하게 되어 저보고 혹시 시내 서점에 나가면 알토 레코더로 연주할 수 있는 악보를 사달라고 했고, 저는 종로서적에 가서 알토 레코더 연습집을 세권이나 사주었습니다. 나중에 그애가 고등학교 때 음악실기 시간에, 피아노는 자신이 없으니까 알토 레코더로 연주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산 연습용 플라스틱 알토 레코더로요. 그래서 음악 실기 시험을 만점 받았습니다.
아이는 어른들이 보면 쓸 데 없어 보이지만 자신은 열중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가운데, 그것도 수없이 반복해서 해보면서 스스로 그 과정을 분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가운데 지능과 사회성이 발달해 간다는 것도 나중에 나온 EQ나 MQ 이론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어떤 일을 꼭 시키고 싶을 때는 직접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극을 주어 그 일에 흥미를 갖도록 했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글짓기 시간에 '동시'라는 것을 배운 모양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쓴 동시를 보고 놀랐습니다. 동시가 뭔지 전혀 모르고 말만 글자수 맞추어 늘어놓은 것이었으니까요.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한 저는 서점에 가서 어린이 동시모음집을 몇 권 사 가지고 와서 좋은 동시를 몇 개 뽑았습니다. 그것을 하얀 백지 전지에 매직펜으로 크게 써서 아이가 자는 방, 거실, 제 방에도 여기저기 붙여 놓았습니다. 아이가 이게 뭐냐고 묻기 시작하자 저는 그걸 읽어주고,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자 동시집에서 더 골라 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 2,3일 간격으로 그 동시 붙인 종이를 다른 동시로 갈아주었지요.
그렇게 하기를 두세 달 하니까 어느 날 아이가 자기가 쓴 동시라며 크게 써서 벽에 붙여놓기 시작했습니다. 서툰 솜씨였지만 칭찬을 해주었고, 그렇게 해서 아이는 시 짓기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백일장마다 시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영어도 수학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서 스스로 열심히 하도록 유도했지요.
네 번째,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늘 집안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만들었지요.
저희 집에는 항상 거실에 책장과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TV는 작은 방에 있지요.) 거실의 책장과 책상은 제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하다 못해 소설책을 읽더라도 바른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읽었습니다.
어머니들께서도 공감하시겠지만, 한참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느라 정신 없는 사람이 책상 앞에 잘 앉게 되지도 않지만, 앉아도 무슨 글인지 눈에 잘 안 들어오지요. 저도 처음 책상을 마련하고 앉기 시작했을 때는 신문 한 면을 읽는데 끙끙거리면서 두시간 읽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본을 보이느라 안 들어오는 책과 씨름했었지요. 이제는 저도 건강이 많이 좋아져, 보는 책마다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요.
사실 그건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해서였던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 없이 지낸 시간들이 허무해서 될 수 있으면 머리가 좀 더 녹이 슬기 전에 저 자신의 세계를 회복하려고 한 노력이었지요. 그게 아이들에게 조금만 시간이 나면 책상 앞에 앉아 열중하는 모습을 가르치는 살아 있는 모델이 되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다섯 번째, 장기간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변함 없는 몸의 컨디션과 마음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수련하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지·덕·체(知·德·體)라 해서, 공부하는 데 있어서 지식을 쌓음과 동시에 마음과 몸을 단련하는 것을 하나의 불가분한 과정으로 생각했었지만, 요즘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지'만 강조하지, 마음을 다스리는 '덕', 몸을 단련하는 '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지요.
그러나 수련을 하는 아이들은 수련을 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집중력도 뛰어나고 지구력도 강하며 호흡이 길어 학년이 높아질수록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저도 좀 긴 논문이나 책을 쓴다든지, 시험준비를 한다든지 하는 장기적인 작업을 할 때 규칙적으로 수련을 해주면서 하게 되면 일정한 흐름으로 꾸준히 성과가 나오지만, 그렇지 않고 마음 하나만 가지고 하려들면 얼마 안가 지치거나 병이 나거나,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기거나 하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야외 운동을 하는 것 외에도 요가, 도인체조 등의 수련법을 가르쳤고, 제가 단학선원에 다닐 때는 당시 고1이었던 큰 아이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작은 아이도 매일 함께 다녀서 명상, 단전호흡 및 도인체조의 기본을 철저히 익히도록 했었지요. 지금도 저희 가족은 아침에 깨면 명상과 요가, 오후에는 뒷산에 가서 기공체조, 자기 전에 명상과 요가, 혹은 도인 체조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배우고 가르쳐 주는 가운데 각자 자기가 하기 편안하고 효과가 있는 수련 패턴을 가지게 되었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모든 가족이 모여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수련을 합니다.
아빠는 요가를 제일 중시하고, 그밖에도 중국의 기초적인 기공 체조를 하구요, 저는 요가와 도인 체조, 명상을 하고, 큰 아이는 학교의 태극권 동아리에서 익힌 태극권과 요가가 중심이구요, 작은 아이는 단학선원에서 배운 도인 체조와 요가를 주로 합니다.
좀 읽기가 지루하시지요? 아직 몇 가지 더 남은 것 같은데, 계속해야겠지요?
여섯째, 제가 아이들 생활습관 중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습관입니다. 큰 아이는 대학에 들어간 후 좀 시간이 늦추어졌지만, 고3때까지는, 작은 아이는 지금도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깨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 보면 좀 될 만하면 잘 시간이 되니까 더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릴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저는 결코 자는 시간만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애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지만 '잘 시간이다. 준비해라', 즉 취침 전의 수련을 하라는 말은 여러 번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한 이유는 저 자신이 그렇게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밤잠이 많아 충분히 자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지 않고 과외 공부를 한 것도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 수업 시간에는 선행 학습을 해온 다른 친구들보다 항상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험만 보면, 저보다 그렇게 더 많이 알고 실력 있는 것 같았던 친구들보다 훨씬 잘 보는 거지요. 저는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어느 과학 잡지에 그런 실험 연구 결과가 실려있었지요.
첫째는 밤에 잠을 충분히 자면 낮에 집중을 하게 되고, 이것이 습관이 되면 낮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고 밤에는 쉬는 바이오리듬이 정착된답니다. 그런데 모든 중요한 시험들은 낮시간에 있지요. 그래서 공부한 시간이 비슷하거나 훨씬 적었다 하더라도 낮에 집중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시험을 잘 보게 된다는 겁니다.
거꾸로 밤에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은 낮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 하더라도 두뇌를 휴식하고 있게 되지요. 그래서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낮 시간 동안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알고 있는 것만큼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답니다.
두 번째는 밤에, 적어도 밤 11시에서 2시까지는 깊은 잠을 자야 성장 호르몬이 충분히 나온답니다. 성장 호르몬은 키만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 기능도 완성시키기 때문에 밤에 깊이 자는 아이들은 머리도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큰 아이는 수능시험 전날까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푹 자고 갔습니다. 실은 수능이 다가오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제가 지압법을 익혀 밤마다 지압을 해서 푹 재웠답니다. 작은 아이는 요즘도 시험 기간 중에도 반드시 오후에는 산에 가서 운동을 하고 9시 반이 되면 취침 전 수련을 하고 10시에 잠을 잡니다.
이렇게 밤에 충분히 자니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맑은 정신으로 집중해 들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거의 전부이니까, 수업 시간을 중시하게 되고, 그런 태도가 선생님들의 호감을 사게 되고,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게 되는 원인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과외를 하지 않고도 공부를 잘 했다기보다는 과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물론이구요, 그밖에도 항상 모든 시험이 새로운 테스트이기 때문에 새로운 테스트에 도전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는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냐면요, 학교에서 배우기 이전에, 학교에서 시험을 치기 이전에 수많은 문제를 풀어서 이미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동안 보는 시험은 아주 잘 칩니다. 대개 학교에서 내는 문제들은 기출 문제를 응용하거나 문제 은행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수능처럼 정작 중요한 시험에서는 이제까지 내지 않았던 새로운 패턴의 문제를 내려고 많은 분들이 연구를 해서 내시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타입의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를 푸는 훈련을 철저히 한 학생들 중에는 이런 새로운 타입의 문제가 나오면 당황해서 기가 꺾이는 수가 많지요.
어려서부터 과외나 특수 학원을 통해 수없이 문제를 푸는 훈련을 받았고, 그래서 학교 시험에서는 빛나는 성적을 내다가 정착 수능시험이나 입학시험에서는 당황해서 크게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지요.
그러나 늘 자기가 혼자 기본적인 문제를 풀어가며,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은 어느 시험이나 다 새로운 상황이므로, 전혀 새로운 타입의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푸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려는 조급한 마음에서 일찍부터 과외나 학원지도를 시작하면, 아이들 스스로 부딪쳐가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좌절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봅니다.
또 엄마의 마음가짐은 아이들의 성적에도 바로 반영이 됩니다. 한 두번 학교 시험 친 성적이 나쁘다고 엄마가 실망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계속 자신감을 심어주며 격려를 해주면,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언젠가는 자기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험친 결과가 나올 때마다 엄마가 일희일비하게 되면, 아이는 시험을 치면 칠수록 과도하게 긴장하는 버릇이 더해져, 정작 중요한 마지막 시험은 엉망으로 망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인내심이 있으며 배짱이 좋아지는데 필요 불가결한 것이 올바른 영양공급과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입니다.
자, 이제 기본적인 틀은 대충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요즘 엄마들이 공부시키시는 방식하고는 전혀 다르지요? 그렇게 달랐기 때문에 힘도 더 많이 들고 노력도 더 많이 들었으며 심지어는 돈도 더 많이 들었습니다. 10년 이상 가장 안전한 먹거리만 구입한 돈만 해도 웬만한 집 사교육비보다 결코 적지 않았을 겁니다.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이 하는 식과 전혀 다르게 살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도 자신 있게 설명하며 이끌어주고, 시어른들이 왜 아이들을 공부시키지 않고 방치해서 저렇게 공부 못하게 만드느냐고 소리를 하셔도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제 나름대로 일을 이끌어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주변에서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아이들을 공짜로 키웠다고, 복도 많다고 부러워하십니다. 그 분들이 보시기엔 제가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시겠지요. 공부 잘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대부분이시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과외나 학원을 시키지는 않았어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왔으며,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은 돈을 마련해서 과외나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주제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될 수 있으면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불볕 더위인 오후이지만, 우리 집안에는 적막한 가운데 각자의 방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저는 답글을 정리하느라, 큰 아이는 뭔지 몰라도 영문 원서로 된 책을 붙들고, 작은 아이는 수학 정석을 푸느라, 점심 먹은 후 두시간이 되도록 꼼짝도 안하고 자기 일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좀 해가 기울면 뒷산에 같이 가서 운동을 해야겠지요. 그러면 저녁밥이 아주 맛있게 느껴지겠지요. 저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 환경저술가 이진아 님의 시공사 "무공해 엄마에게 물어보세요"(http://sigongsa.com) 코너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