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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의 부작용, 병원 찾는 아이들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주요한 이슈 중 하나가 ‘아이의 영재성 키워주기’이다. 영재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하다.
어릴 때 제대로 자극을 주지 않으면 영재성이 사장되므로 그렇게 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논리다.도대체 영재란 무엇이기에 이렇게 난리인가?
영재 만들기에 성공하면 그게 다일까?
그것이 사랑하는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까?
그럼 영재 만들기에 실패하면 그 아이의 인생은 보잘것없는 것일까?
내가 자꾸만 영재 신드롬에 우려를 금치 못하는 이유는 요즘 들어 그 부작용으로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그 아이들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특히 만 3∼5세는 일생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세상을 제멋대로 바라보는 유일한 시기다.
모든 사물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기만의 언어로 그 사물을 명명하는 것은 애한테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발달상 너무나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 부모들은 앞다투어 글자부터 가르친다.
맘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글자 외우기만 강요당하는 아이들.
이런 영재 신드롬이 가져오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너무 어린 나이에 학원에 다니는 등 다른 아이들과 비교되는 경쟁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발달론적으로 볼 때 경쟁 자체가 주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다.
이런 경쟁상황 속에서 받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어른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곧장 뇌가 타격을 받게 된다. 가장 영향을 받는 부분이 바로 기억력. 단적으로 말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아이의 경우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것은 곧 정신건강이 전반적으로 위태로워짐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어린 시절에 뇌가 다쳐 버리면 커서도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 말고도 도덕성이 제대로 확립되기 힘들다거나 공격성이 지나치게 강화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다.
모두 영재 신드롬으로 인해 생기는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무서운 결과들이다.
언제 발견될지 모르는 아이들의 능력뇌와 관련한 사람의 능력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계발하는 게 가능한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잠재력’이다. 사람이 계발할 수 있는 잠재력은 이미 잠재력이 아니다.
잠재력은 말 그대로 숨겨진 능력, 그래서 언제 발현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능력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숨겨진 잠재력을 뒤늦게 꽃피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초등학생 시절에는 열등생 중에서도 열등생이었다는 사실이나, 반에서 가장 멍청한 소년으로 불리던 처칠, 에디슨, 뢴트겐처럼‘늦게 피어난 꽃(Late Bloomer)’같은 인물들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통계적으로 볼 때 이러한 ‘늦게 피어난 꽃’들이 영재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영재 신드롬에 빠지면 빠질수록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제2의 아인슈타인들이 입을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땅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영재 신드롬은 부모들로 하여금 자신의 아이가 영재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도록 조장한다.
‘자극을 주지 않고 가만히 두는 것은 아이를 더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은근히 협박하면서. 그 와중에 아무런 죄 없는 아이 또한 스스로 남과 비교해서 위축감을 느끼고 아이의 가능성은 점점 더 사라져간다.
진단은 빠를수록 좋다.
병이 더 번지기 전에 이 땅의 대다수 ‘늦게 피어난 꽃’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을 키우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이제는 영재 신드롬의 허상에서 벗어나자.
영재는 없다.
다만 잠재력이 풍부하고 가능성을 가진 내 아이가 있을 뿐이다.
아이가 뒤처질까 두려울 때, 나도 뭔가를 시켜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 때 항상 기억하라.
내 아이가 바로 ‘늦게 피지만 아름다운 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입니다.
지난 해 조기교육 비판서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를 써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최근에는 느리게 키우려는 부모들을 위한 실천적인 지침서인 『느림보 학습법』(중앙 M&B)을 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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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생각』중에서 공감가는 글을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