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세째날이다. 정신없이 하루가 간다.
몸은 힘들지만( 등쌀이 바르다.. 허리가 꺽이는 거 같다..입술이 부르텄다..목이 아프다..) 맘은 편하고...아이들이 좋아하니까..그저 좋다..
재웅이가 이쁜짓을 한다.
재열이 형아가 학교에 가려고 가방을 매고 나서니까 현관앞으로 쪼르르 가더니 무릎을 굽혀 인사를 한다. 손을 흔들고 빠이빠이를 한다. 어찌나 귀엽던지...
오늘은 점심을 먹이고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밥상위의 자기 밥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가져 온다. "재웅아. 숟가락도 가져 와야지?" 했더니만 뒤뚱뒤뚱 걸어가서는 숟가락도 가져온다. "아이구!! 내새끼! 기특한 것!!"
어찌 이리 이쁜짓하는 아이를 미워하랴...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미운짓을 한다.
어제는 화장실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두 손을 모두 변기속에 담그고 휘저어 놓더니만 오늘은 뒷배란다에 가서 대야속에 있던 걸레를 몽땅 꺼내가지고는 빨래판 위에 얹어두고..헤헤헤..웃고 있다. (물론 옷은 다 젖어버렸고 손, 발이 모두 차가워져 얼른 옷을 갈아 힙혀야 했다. 벌써 몇벌째인지....빨래거리만 늘어가는군)
어찌 이리 미운짓을 하는 아이를 사랑하리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재웅이가 사랑스러운 짓을 한다.
라디오에서 트로트만 나오면 어깨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흔들 거리고, 그 조그만 입을 모아 흥얼흥얼 거리고, 엉덩이를 실룩실룩 거린다.
어찌 이리 사랑스러운 짓만 해대는지...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에 재웅이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나 보다....
굴러다니는 블럭조각들로 정신없는 거실이며, 밥풀데기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식탁이며, 벗어 놓은 내복과 양말로 가득찬 안방이며, 널부러진 신발들로 가득찬 현관이며....
헐렁한 츄리닝에 헝클어진 머리에 세수도 안한 얼굴에...
며칠새 나의 모습이 이렇게 바뀌었다.
아이고 허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