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하던 날(2002.11.18 )의 소감을 쓴 글입니다.
작년 11월 이달의 초록아이로 뽑히기 했답니다.
90일간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날!
나의 출근준비물 1호는 모유수유를 위한 유축기와 젖병이 담긴 보냉가방이다.
요즘은 엄마 젖 먹이기 캠페인을 여러 단체에서 실시하고 있어 그나마 모유수유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되어 가고 있으나, 나부터도 7년전 첫아이를 낳았을 때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시작하면서 젖 말리는 것부터 걱정했던 기억이 앞선다.
병원에서 출산 후 간호사가 주는 분유를 탄 젖병부터 빨렸기에 나는 퇴원 후 젖이 퉁퉁 붓고 열이 나면서 아픈 젖몸살을 앓아야 했다.
출산휴가 60일 동안 젖을 먹이고 이후 100일 동안 젖을 말리느라 고생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지...
그것은 나의 무지의 탓이기도 했다.
젖을 짜서 냉동하거나 냉장하여 보관한 후 먹일 수 있다는 것도 몰랐었고, 더욱이 직장에서 젖을 짠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출장과 야근이 잦았던 때였으므로...
하지만 우리 둘째 아이는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 나는 "폭력 없는 자연스러운 출산과 완전 모유수유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우선 내가 한 일은 직장에 "모유 수유실”을 만들어 줄 것을 건의한 것이다. 직장협의회의 도움과 관리자의 관심 속에 때맞춰 우연히 생겨난 작은 사무실 공간을 이용하여 수유실을 만들게 되었으며, 이후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수도시설과 유축기, 오디오까지 갖춘 여직원 휴게실을 병행한 근사한 수유실로 거듭나게 되었다.
직장근처의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나에게 노산(老産)이라고 하며 이것 저것 검사를 권유했고, 검사 때마다 결과는 나쁜 쪽으로 나왔다.
기형아검사에서는 다운증후군의 확률이 100분의 1이라 하여 양수검사를 하고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고, 1차 당뇨검사 결과도 좋지 않아 2차 검사를 하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래도 나는 “열린임산부정보센터(http://childbirth.peacenet.or.kr/)",
“김혜숙 교수의 모유수유클리닉(http://momilk.co.kr/)”,
“정순옥의 출산준비교실"http://www.sosmamma.com/),
“산모방(http://www.sanmobang.co.kr/)”,
및 “노만수박사의 성공적인 수유법(http://www.breastclinic.com/book/content-su.htm)”
등의 인터넷사이트를 뒤지고, 박인숙의 “엄마! 소젖은 싫어요”, 최민희의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 등의 관련서적을 탐독하며 자연분만과 모유수유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며, 임산부기체조비디오를 보며 매일 운동도 열심히 했다.
드디어 지난 8월18일 밤 11시 3분, 형광등 불빛의 싸늘한 병원이 아닌 조산원의 온돌방에서 은은한 백열등 조명아래 남편과 함께 3명의 조산사의 도움을 받으며 진통 4시간만에 자유체위로 3.58kg의 건강한 아이를 분만했으며, 낳자마자 내 배위에 아이를 올려 놓고 첫인사를 나누고, 아이 아빠가 직접 탯줄을 잘랐다.
목욕 후 바로 젖을 물렸더니 신기하게도 바로 젖을 빠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젖몸살도 없이 지나갔다.
또한 아기와의 애착관계가 더 잘 형성되는 거 같다.
원래 둘째가 더 예쁜 건가?!
인권분만 권위자인 미셀 오당 박사는 “출산시 아기와 산모의 몸에선 여러가지 호르몬이 칵테일처럼 분비되며 이는 전세계 여러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지금의 출산문화는 자연스러운 호르몬의 분비과정을 없애는 것들이어서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태아시절과 출생 직후의 짧은 기간이 한 인간의 정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자폐증이나 신경성 거식증, 청소년기 자살충동 및 약물중독, 사회성 부족 등 각종 장애가 출산당시 현대적인 분만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호르몬 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출산 시 마취제를 사용하거나, 태어난 아기를 곧바로 신생아실로 격리시킬 경우 엄마의 모성애가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것도 통계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러운 본능에 따라 편안하게 분만할 수 있는ꡐ인권분만ꡑ의 도입이 절실한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3개월간은 모유만 먹일 생각이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6개월이후에도 첫돌까지는 젖을 먹일 생각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아이가 원한다면 젖을 물릴 것이다.
젖 떼는 시기는 아이가 스스로 결정한다고 한다.
우리 재웅이는 젖을 먹고 잘 토한다. 그래도 체중은 꾸준히 잘 늘고 있다. 11월 8일(생후 83일) DPT 예방접종을 하러 보건소에 갔을 때 체중이 7.56kg으로 매우 통통하고 딴딴하게 보인다. 너무 비만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주위에서는 리틀 강호동이니 금복주니 똥글뱅이니 하며 토실토실한 손과 발을 만지작 거리며 귀여워한다.
엄마 젖 먹이기는 단순히 내 자식에게 좋은 음식을 먹여야 한다거나, 분유를 먹이면 좋지 않다는 차원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내 아이와 내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첫 출발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출산과 엄마 젖 먹이기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나에게는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맞벌이 부부로서의 어려움이 또 다른 숙제로 남아있다. 나 혼자 발 동동 구르며 고민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아침 일찍 일어나 젖 먹이고 차에 태워 친정집에 데려다 주고 저녁때 집에 데려오는 방법으로 키우기로 했지만 왕복 2시간씩 걸리는 이러한 생활이 우리 부부에게도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큰 아이에게도 그리고 이제 백일도 채 안된 우리 둘째 아이에게도 육체적인 피곤함과 함께 심리적으로도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언제쯤이면 이러한 고민 없이 자유롭게 행복한 가정과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을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자식들이 있기에 내 안에서 불끈 힘이 솟는 것을 느낀다. 나는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