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어느 때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책을 읽을 때라
말 할 수 있다. 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심란할 때 책을 보며 책속에 빠지다 보면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독서’를 지은 김열규 교수도 그러지 않았을까?
김열규 교수가 책읽기에 재미를 느꼈던 것은 할머니의 옛이야기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책이 많지 않아 어른들의 옛 이야기를 통해 할머니의 정을 느끼며
책속에 녹아 있는 우리의 정서를 배웠다. 요즘은 좋은 장비들도 많이 나오고 목소리가
예쁜 성우들도 많아 더욱 실감나게 글을 읽거나 보게 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목소리에서의 정은 그다지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일까? 책을 많이 읽고 듣지만 옛날
이야기를 들을 때와 같은 감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가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활자 뿐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글쓴이의 감정과
함께 우리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길잡이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독서’는 김열규교수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책 속에 지인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쁨,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등에 대하여 기록을 한 책이다. 어찌 보면 한사람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가 느끼고 알게 되었던 사실과 책을 찾아 헤매 다니던 책방,
그리고 다른 이의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 정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것에도 요령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꼼꼼이, 읽고 또 읽고, 놀이 반 읽기 반으로
즐기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듯이, 치밀하게, 골라가며
읽으라 했다. 시를 읽을 때와 소설을 읽을 때, 논설문을 읽을 때의 요령들도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보는 것 , 읽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것, 내가 책속에 녹아 들어야
한다는 뜻일게다.
책과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나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책을 본다는 것이 아닌 읽는 다는 것, 시를 통하여 삶의
맛을 느끼고 수필과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생활상을 만나게 되는 과정들이 즐겁다.
이 책을 읽으며 난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었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며 전쟁
때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열정이 이 나라 발전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가 독서의 방법과 독서의 즐거움을 새롭게 전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