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핏 유약해보이나 불타는 내면을 가지고 있다.
선머슴과도 같은 거친 기질을 삭히며 주어진 현실에 꿋꿋하게 적응해 나간다.
운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스타일.
까무잡잡한 피부에 맑은 눈을 가진 시골 처녀.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집안 살림과 동생들 뒤치다꺼리에 읍네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했다.
그러나 언젠간 야간 고등학교라도 진학 할 꿈을 갖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일찍 어머니를 잃고도 밝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경숙을 대견해 한다.
생긴 건 곱상한데 행동은 선머슴아.
넓은 과수원을 고무줄 치마를 입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그녀.
경숙이 치마를 입는 이유는 단 한가지, 두 다리를 마음대로 벌려 뛰어다니기 편해서다.
그녀의 치마는 항상 허리춤에서 둘둘 말아 접혀져 무릎 선에 고정 돼 있다.
종횡무진 과수원을 뛰어 오가며 농장일 하랴 동생들 챙기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노는 것 또한 빠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주인 집 아들 종규는 방학 때 어김없이 이 사과 농장을 찾는다.
종규와 사랑이 이뤄진다면 자신의 영혼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경숙은 종규가 너무 좋다.
그의 음성, 가는 손가락, 예민하고 여린 눈빛, 사과 냄새보다 진한 그의 향기...
경숙은 종규를 떠올리며 윤심덕이 된다. 그하고 라면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해 보고 싶다.
방학 때 종규가 내려오면 치마를 걷고 맨발로 종횡무진하는 경숙을
마을사람들은 보기가 힘들어진다.
속도 모르고 마을 사람들 이하 동생들까지 어디 아프냐며 놀린다.
그뿐만 아니라 경숙의 그간 행적을 터트려 종규에게
약간 비극적인 면모로 다가서려는 마음에 찬물을 끼얹기 일쑤다.
그찮아도 투박한 말투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걸한 웃음이
수위조절 안 돼 애를 먹는데 말이다...
증말 도움 안 되는 인간들이다.
경숙이 가장 닮고 싶어 흉내내는 사람은 미자 언니다.
입 크게 벌리고 큰소리로 웃는 미자. 여자가 그렇게 앉으면 안 된다
그래도 항상 다리 쩍 벌리고 앉아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미자언니....경숙의 우상이다.
어느 날,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웠던 마을 전체를 뒤흔든 한 사건이 터지면서
경숙은 운명적 사랑에 고통 받고 일그러진 욕망에 상처받으며
삶의 깊은 격랑으로 휘말리게 되는데...

계부인 천동을 친부처럼 따르고 경민을 제외하곤 온 집안 식구가 좋아한다.
천성적으로 밝은 심성을 갖고 있어 누구에게나 붙임성이 있고
새아버지인 천동을 누구보다도 잘 따른다.
엄마 손에 이끌려 처음 천동의 집에 온 날, 금실은 경민오빠를 남몰래 마음에 품는다.
그러나 자라나면서 유독히 금실을 미워하는 경민에게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래도 금실은 경민오빠가 좋다.
언제나 영원히 경민오빠와 함께 있길 하는데 서서히 철이 들어가면서
이루지 못할 사랑의 운명에 처하게 된다.

전형적인 엘리트로 커간다. 음식도 까탈스러워 경숙을 애 먹인다.
착하디 착했던 아버지 천동의 망가져 가는 삶을 보며 깊은 상처를 받는다.
강해지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한다. 사람들은 타고난 수재라 부르지만 아니다.
다른 길이 있었다면 아마도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었던 건 공부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부했다.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착하다’다.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말.
단지 그 말로 포장된 아버지의 삶을 지켜보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성공을 위한 야망에 불타오른다.
대단히 계산적이며 빈틈없고 치밀하다.
과민하리만큼 신경질 적이고 소심하기도 하다. 어느 날 한국전쟁 중
방한했다던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우연히 본 후 긴 시간 경구의 연인은 마릴린 먼로였다.
1962년 8월 먼로가 죽었을 때...
고등학생이던 경구 뒷산에 올라 그야말로 펑펑 울어댔다.
아마 어머니가 죽었을 때도 그렇게 울진 않았던 것 같다. 암도 모르는 비밀이다.

허위나 가식이 없고 성공에도 별 관심 없다.
정의감이 강하며 누구보다도 경숙의 마음을 이해한다.
거울보고 깃 세우고 폼잡는 게 취미라면 취미.
인생의 모토, 폼생폼사다.
못 말리는 영화광. 읍네 개봉하는 영화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숨어 들어가 본다.
덕분에 ‘화녀‘같은 에로틱 영화도 수없이 섭렵했다.
물론 항상 운 좋게 마무리되는 것만은 아니다.
선도부 선생에게 끌려가 몽둥이 맞고 머리 밀리고 쥐어 터지고...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경민의 영화에 대한 갈망을 꺾지 못한다.
고등학교 진학해서는 영화에서 본 에로장면들을 실제 경험인 양 떠들어 에로의 대마왕이 된다. 정말 자기가 생각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교육 현실이라는 게 항상 경민을 절망하게 만든다.
햇빛이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가려지나?
한창 왕성한 시절의 호기심을 꾹꾹 눌러 담기에만 바쁜 학교...
그래서 경민의 꿈은 엉뚱하게도 학교을 설립해 교장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호기심을 인정하고 충족(?)까지 시켜주는 학교...
잘 사람 자고 공부 할 사람 공부하고 등교시간 맘 대로인 학교. 꼴찌에게도 상을 주는 학교...
해봐서 아는데 꼴찌하기 정말 힘들다. 중학 1학년 때는 강적을 만나
꼴찌에서 두 번째 밖에 못해봤다.
어린 나이에 못 볼걸 보고 자란 탓인지 정신연령 성숙하다.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주장이긴 하지만...
아버지 천동의 망그러진 인생을 보며 깊게 다짐한 바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은 한 번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