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의미※/이 인자 수필가 "불혹입니다." 가끔 그런 대답을 듣는다.사람들은 마흔 살이라는 말 대신 불혹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무심코 쓰는 말이겠지만 그 대답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나는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그런 단호한 나이라는 말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나이 사십을 넘긴 사람에게도 감정이라는 것이 잇을까.아름다운 것을 보면 감동을 하고 슬픈 일에 눈물을 흘리고 멋진 이성 앞에서는 가슴이 설레는 그런 것들 말이다. 어리고 생각이 깊지 않던,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던 시절이었다. 내 눈에 비친 사십대 이후 의 모습이란 그저 엄마나 아버지 혹은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일 따름이었다. 내가 그 사십대가 된 지금 생각해보면 미안하다 못해 죄스럽기까지 하다.세월의 흐름에 따라쇠락 하는 것은 육체일 따름이지 정신과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일본에서 욘사마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우 배용준의 팬들 중 많은 이들이 나이 사십을 넘긴 주부들이라고 한다. 호칭은 비록 '사마'라고 붙여 놓앗지만 그들 모두의 속마음은 아마'연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리라.배용준의 사진을 집안 곳곳에 붙여 놓고 한국에도 몇 번씩 다녀갔다는 그들의 모습 어디에서도 불혹을 넘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젊은이의 불같은 열정보다 오히려 더 깊은 열정이 느껴졌다. 젊었을 때와 색깔만 다를 뿐 그 열정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 종종 깨닫는다.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책임감의 무게가 아닐까.젊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묵직한 책임감이 생기고 보니 가끔 열정이 지나치고 엇나갔을 때 감당해야 할 무게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자식들도 철이 들고 얼굴에 주름도 설핏 생길 만큼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 만큼의 무게가 쌓여서일까.그래서 사람들은 최면을 걸 듯이 미리 "나는 불혹이다"라고 되뇌는가 보다. 사람의 나이로 봐서 진정 불혹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과연 있을까.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런 시기는 오지 않으리라.그저 지천명(知天命)이어야 할 때가 오고 이순(耳順)이어야 할 나이가 되는 것이리라.그렇다면 나이 사십도 그저 불혹(不惑)이 아닌 불혹이어야 함을 알아야 하는 때이리라. 불혹을 넘긴 지도 몇 해째이다.여전히 흔들리고 미혹되지만 그래도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신중하여 애쓰고 있다.불혹이어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