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기본 주제방 2004/10/15 19:05   http://blog.azoomma.com/sun2835/163766
이승연

누군가 이승연을 일컬어 ‘불사조’라고 했다. 지난 1998년 10월 운전면허 부정 발급 사건으로 인기 전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음에도 그는 꿋꿋하게 재기에 성공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왔다. 올 2월 그는 자신의 연예계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이른바 ‘위안부 테마 누드.’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은 이승연은 연예계 은퇴설이 분분한 가운데 자숙 기간에 들어갔다.
주연으로 출연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수상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이승연의 활동 재개는 기정사실로 되었다. 벌써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냐’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승연, 진정 그녀는 불사조인가.

베니스가 그녀를 살렸다?
7월 초 이승연이 극비리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복귀가 너무 이르지 않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영화 제작발표회에서도 그는 기회가 있을 때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복귀 시기가 빠르지 않냐는 질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었다. 지난 9월 14일 열린 수상기념 기자회견에 김기덕 감독, 남자 주인공 재희와 함께 이승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주색 벨벳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베니스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은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해준 감독님과 스태프, 재희 씨에게 감사드린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같이 끼어서 이렇게 좋은 자리에 오게 되어 기쁘다. 영화제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 현지에서 감독님을 많이들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해서 어리둥절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감독님 덕분에 좋은 작품을 하고 또 좋은 곳에 다녀왔는데, 실은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김 감독님의 영화는 <악어>부터 거의 다 봤다. 볼 때마다 우울해지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매력인 거 같았다. 기회가 되면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제의를 해주셨다. 가능하다면 김 감독님의 작품에 더 출연한 뒤 평가받고 싶다.
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하루에 10신 이상 찍는 스피드에 놀라서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끌어주는 대로 연기하니까 별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나름대로 나의 느낌을 말씀드렸더니 맞다고 해주시더라. 작품을 해석하는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재희 씨가 교도소 안에서 ‘유령 연습’하는 장면이 영화의 핵심을 담고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좋았다. 내가 등장하는 장면 가운데는 마지막에 남편의 품에 안겨서 재희 씨와 키스하는 신이 마음에 든다. 이 영화의 주제가 상징적으로 담겨 있는 장면이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는 어땠나
지치지 않고 오뚝이처럼 연기하는 재희 씨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신인 때 저만큼 했나 싶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복되고 감사한 일인지 처음 깨달았다.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도움을 준 감독님과 식구들에게 감사한다.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 시작할 계획인가
굉장히 어려운 때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그 시기가 마치 아득한 옛날 같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계획을 서둘러 세우지는 않겠다.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이승연의 캐스팅에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김기덕 감독이 나서서 “승연 씨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난 내 영화에 공감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캐스팅했다. 그게 잘못이라면 이 자리에서 용서를 빌고 싶다. 그리고 이 영화를 봐준다면 고맙겠다. 이제 그래도 되는 시기인 거 같다”는 말로 분위기를 정리하려 했다.
태석 역으로 출연한 신인배우 재희는 “인상은 까탈스러워 보이지만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첫 촬영부터 편안하게 조언을 해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에 꼭 같이 작품을 하자는 얘기를 했다”
고 말했다. 두 남자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중반을 넘어서며 이승연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평소보다 상당히 느릿느릿한 말투도 그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