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버린 페트병도 좋은 악기가 되지요
기본 주제방 2004/10/14 08:56   http://blog.azoomma.com/sun2835/163437
재활용축제 참가하는 ‘재활용 상상놀이단’
“쓰다 버린 페트병도 좋은 악기가 되지요!



■ 우리의 몸도 훌륭한 악기지요

“저희는 모든 사물을 악기로 봅니다. 그리고 그 악기의 소리를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요.”
작곡가이면서 재활용상상놀이단의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안석희씨(37세). 단원들 사이에서 그는 도리로 통한다.
그에 따르면 재활용상상놀이단의 작업은 플라스틱, 나무, 쇠, 자동차 휠, 타이어, 고무호스, 장화, 책, 그릇 등 자연과 문명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두드리면 소리가 난다는 사고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우리의 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두드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조금만 상상하고 재활용해서 새롭게 디자인하고 튜닝하면 다양한 리듬의 세계가 펼쳐지지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가슴과 팔, 다리 등을 두드리며 기자에게 직접 시연해 보인다. 또 테이블도 중심부와 주변부를 두드리며 각자가 내는 소리가 다름을 확인시켜 준다.

팀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하는 일의 밑그림이 대충은 그려진다. 용도폐기가 된 물건들도 그들의 상상레이더에 감지되면 변신을 거듭하여 화려하게 재등장한다. 일예로 우리가 마신 후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콜라페트병이 그들에 의해 악기로 변신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두 개의 페트병에 공기를 주입한 후 그것을 서로 마주치면 페트병이 그 이전에 갖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낸다. 공기를 조금씩 빼면서 두드리면 공기가 가득 찼을 때와 또 다른 소리를 내며 악기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것이다.

마법의 손을 가진 이팀원들은 자신의 무대에 올리는 악기는 모두 직접 만든다. 상상력으로 디자인해서 재활용한 악기만도 현재 개발된 것이 10여종을 넘는다. 그리고 상상하면 할수록 새롭게 만들어질 악기 역시 무한하다는 것이 안석희씨의 이야기다.
“저는 음악 지식이나 경험의 유무(有無)에 상관없이 울면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내재된 음악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즉흥적인 어울림만으로도 독창적이고 자연스러운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멜로디 합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저는 경험했고 또 지금도 하고 있지요.”
그래서 그는 사람들은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즐거운 공동체적 예술놀이가 가능하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그 역할을 재활용상상놀이단이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나름의 믿음도 그에겐 있다.

■ 호주의 생태주의 그룹인 허법에게서 벤치마킹한 팀

“호주의 생태주의 그룹인 허법이 2002년도에 간디학교에 초청받아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우리 팀원 몇 명도 그곳에 갔었는데 그들의 즉석연주를 듣고 모두가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센터로 돌아왔죠.”
그 이후 그들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였고 허법의 아티스트인 스티브와 페티를 초청해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4월 재활용상상놀이단은 그 모양을 갖추고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어제 생긴 예술’로 팀의 이름을 정했었는데 이 이름만으로는 우리의 정체를 제대로 표현하기에 왠지 약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팀원들이 모여 다시 아이디어를 냈고 그 와중에 재활용상상놀이단이라는 멋진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안석희씨와 인터뷰하는 중간에 단원인 김희영씨(20세, 일명 피트비트)가 들어 왔다. 그는 현재 하자작업장학교의 연극 전공 졸업반 학생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희곡작가를 희망하는 연극생도이지만 지금은 상상놀이단에서 그의 끼를 맘껏 발산하고 있다.
박자에 몸을 실어 연주를 하다보면 세상이 달리보이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몸소 느낀다는 그는 단원이 되기 전엔 음악에 문외한이었고 자신에게 그런 끼가 내재되어 있는 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이 얼마나 의미있는 지도 알았다며 한 마디 한다.
“각 지역이나 학교에 우리 같은 팀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늘 예술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면 그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겠어요?”
한 번 시작하면 내리 3시간가량 연습하는 팀원들은 그 속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곡이 나오고 그 곡 자체가 훌륭한 연주곡이 된다고 말한다. 아직은 앳된 모습의 김희영씨지만 그는 이미(?)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즐길 줄 아는 예술인의 마인드가 생긴 듯 하다.

■ 17일 서울시 재활용 축제 때 공연 합니다

오는 17일 재활용축제에서 무대에 오르는 그들은 축제에 대비해 연습을 하고 있다. 그들이 무대에 머무는 시간이 40분.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시간이라 나름대로 긴장도 되지만 그들은 이미 지난 5월 아름다운 가게에서 주최한 벼룩장터 초청공연을 비롯하여 20여차례 이상 무대에 오른 프로들이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수 차례 공연을 하였지만 관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아무래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악기 자체가 생소하니까 모두들 신기하게 바라보시지요. 그리고 악기가 내는 소리에 모두들 흥겨워하시는데 생각 외로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관객들이 그들에게 놀라는 또 하나의 이유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연령대라며 안석희씨는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공연을 준비하는 김희영씨의 마음 또한 새롭다.
“공연은 일반적으로 신나고 즐겁잖아요. 그런데 즐기는 와중에 재활용악기도 우리에게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 라고만 생각하고 돌아가셔도 저는 공연이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생태주의에 관심이 많은 김희영씨가 자신의 생각을 단적으로 표현해 낸 말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활용'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생활속에서 현실화 시켰으면 하는 마음은 어쩌면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 모두의 한결같은 바램 일지도 모른다.

■ 10대에서 30대까지 다세대로 구성된 재활용상상놀이단

10대에서 30대까지 다세대로 구성되어 있는 상상놀이단은 서울시가 연세대에 위탁 운영하는 청소년문화작업장인 ‘하자센터’ 소속이다. 이들은 작곡가, 배우, 엔지니어, 힙합, 댄스를 하는 20-30대의 문화작업자와 각 예술 장르와 미디어 작업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이 만나서 팀을 이루었다.
“물론 같은 연령대는 의사소통이 수월하게 이루어져 대화하기가 편하긴 하지요. 반면에 우리 같이 다세대로 이루어진 팀은 각자의 경험이나 받아들이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매우 이색적인 조화를 이루는데 그 자체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30대 후반인 안석희씨는 동 세대에서 느낄 수 없는 부분을 이들과 함께 작업하며 흡수해 지금의 생활이 늘 활기차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제 갓 스무살인 김희영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이 작업하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저는 도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또 그들과 함께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세대차이가 이들에겐 없다. 단원들은 스스로 세대간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 도리, 피트비트 식으로 닉네임을 부르며 서로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의 십대는 ‘문제아’가 아니라 ‘훌륭한 자원’이라고. 그리고 하자센터는 그것을 모토로 청소년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하며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 한가운데 재활용상상놀이단이 있다.

현재 재활용상상놀이단은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원들은 다음과 같다.
송한얼(어리/ 17세/ 여/ 하자작업장학교 작곡 전공 학생), 권정연(수이/18세/여/탈학교 청소년, 밴드활동), 문병기(병기/19세/ 남/ 하자작업장학교 드럼전공 학생), 김희영(피트비트/ 20세/ 여/ 하자작업장학교 연극 전공학생), 문성철(떠버리/ 20세/ 남/ 하자작업장학교 힙합 전공 학생), 민경진(짱구/ 23세/ 여/ 재즈댄서, 대학생), 장동혁(아리만/ 31세/ 남/ 악기 제작, 사운드 엔지니어), 김희연(팅/ 35세/ 여/ 연출, 연극배우, 하자작업장학교 교사), 장일식(짱가/ 36세/ 남/ 무대감독, 악기 제작, 하자센터 목공실), 안석희(도리/ 37세/ 남/ 예술감독, 작곡가), 김종휘(휘/ 38세/ 남/ 단장, 문화평론가)


'2004 서울시 재활용축제'

일      시
: 10월 17일(일) 12시 -  오후 5시
장      소 : 서울광장과 덕수궁 일대
참가단체 : 서울시, 25개 자치구,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아름다운 가게 등 10 여개 단체
행사내용: 재활용품전시회, 재활용품 나눔장터, 재활용상상놀이단의 축하공연, 재활용 패션쇼 등
문     의 : 서울시 환경과 (Tel. 6321-4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