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추(醜)한 3걸(乞)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이 한참 유행하던
몇 년 전의 어느 봄날 광주시에 사는 동생 집을 찾아가면서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보기에 나의 인상이 조금 편하게 느껴졌음인지
"어르신 농담 한마디해도 될까요?"
이렇게 묻더니만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했는데,
곁들여 또 질문 아닌 질문을 합니다.
"어르신 혹시 '꼴깝'이와 '육깝'이 이야기 들으셨습니까요?"
처음 듣는 소리라고 했더니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신이 나서
숨도 돌리지 않고 유창하게 설명을 합니다.
"서울에 아무개라는 유명한 작명가(作名家)가 있답니다.
금년에 운수대통 할 이름은 '갑'자가 뒤에 붙어야만 좋다는군요.
그래서 금년에 작명해 준 좋은 이름들은 ' 공갑'이 '농갑'이
'동갑'이 '몽갑'이 '봉갑'이 '송갑'이 - - - 등등 이런식으로
' 갑'자가 붙은 이름들이랍니다.
그 작명가가 이런 이름을 만 명도 더 지어주다 보니
'갑'자가 일찌감치 동이나 버렸습니다..
'갑'자 붙는 이름이라야 운수대통 한다는 소문을 들은
60대 늙은이 한 사람과 40대 후반 중년 여자 분이 뒤늦게 황급히
찾아와서 '갑'자 붙은 이름을 지어달라고 사정을 하니까,
작명가가 말하기를 '갑'자 붙은 이름은 전부 나가 버리고 없고
이제 '깝'자 붙은 것 딱 두개 남았으니 그거라도 필요하시면
지어들일 것이니 가져가시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은 '꼴깝'을. 다른 한사람은 '육깝'이라는 이름을
그거라도 좋다고 지어 갔는데, 그들이 지금 그 명찰을 자랑스럽게
달고서 '꼴깝'하며 '육갑'떨고 다닌다잖아요.ㅎㅎㅎㅎㅎ"
나는 원래 남의 약점이나 비아냥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ㅎㅎㅎㅎㅎ 웃음이 나오지 않아 맞장구 치지 아니하고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이런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기사님, 기사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시요?"
"저는 잘 모르겠는디요, 염라대왕이 어느 마을 이장에게
니네 동네에서 제일 나쁜 놈 한 놈을 데려 오라 하니까,
이장이 망설이지 않고 그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놈을 잡아다 주었데요."
옳다고 해야할지, 그것이 아니다고 해야할지, 분명히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시대상을 꼬집는 말이기는 한데,
돈 없으면 죄인이라는 시대상이 되었으니 생각할 수록
기분이 개운찮고 찝질했습니다.
없는 것도 서러운데 죄인의 낙인까지 찍혀야 하다니 - - - -?
"어이 기사님! 기사님 말씀에도 일리가 있어 보이구먼.
하지만 이것은 금전 만능의 현실을 꼬집는 익살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그 이상의 다른 뜻은 없지 않을까? 어찌 생각하세요?"
"어르신 저도 그건 하나의 농담이라고 생각합니다요.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요. 그럼 어르신은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기사님 이야기 재밌게 듣다보니 목적지에 다 왔네. 조심히 "
택시에서 내려 방죽 길을 걸으면서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란
누구일까? 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 살인 강도 강간 이런 흉악범이 가장 나쁜 사람들이겠지.>
이런 형법상의 범죄자는 차치하고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추(醜)한 인간들이란 어떤 자 들일까?
내 생애를 통하여 겪은 바에 의하면 이런 나쁜 종류의
더럽고 치사한 사람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첫 번 째는 이중 성격 써가며, 이용가치 있는 사람에게 대하여
면전에서는 땅개처럼 살살거리고, 뒤로 돌아서서는 칼날을 가는
이른바 면종복배(面從復北)하는 자가 第一乞이고,
선량한 친구 슬슬 꼬여서 사기쳐먹는 자가 第二乞이고,
종친회 동창회 향우회 등의 공동경비 또는 기금을 횡령하거나
떼어먹는 자가 第三乞입니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아니 될 인간쓰레기가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들 3걸(三乞)은 내가 언젠가 이야기했던 '살구꽃 피는 마을'의
여3걸(女三傑)과는 발음은 같아도 완전히 반대방향에 서있는
인간 걸레들입니다.
그런데 이 치사한 3걸들의 공통점은 말년의 생활상이 너무나도
비참하게 되더라는 점입니다. 인과응보의 천벌이 그 얼마나
무서운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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