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애가(哀歌)☜
박해옥
이맘때면 내 고향 옛집에는
마당가에 대접감이 식식거리며 익어가고
온 마실에 메밀꽃이 보글보글 피었겠네
오라배는 논에 새보러 갔을 테고
싱야는 동무들하고 재졸거리며
뒷산에 솔잎 ？m트러 갔겠네
어무이는 제상에 올릴 놋그릇
얼굴이 알찐거리도록 닦아놓고
풋바심한 햇깨를 볶으시겠네
저녁에는 호롱불 밑에
아이들은 동개동개 둘러앉아
송편에 넣을 밤도 까고 콩도 까고
사랑채 아부지는
낮에 추려 논 싸리나무로
제상에 올릴 생선 꼬챙이
연필심처럼 깍고 계실게다
이방 저 방 들락거리며
들까불던 막내까지 잠들고 나면
아부지 조선옷도 매만지시고
속 깊이 아끼던 당신 큰치마에 말기도 달고...
아아! 물길 속에 잠드신 나의 고향이여
귀똘이처럼 서러워
가슴에 조붓한 들머리 길이 나버리는
추석 전전날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