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묘객 뒷바라지에 식사 시간도 부족" |
[추석때 일하는 사람들②] 묘지관리사들
[조선일보 인턴 기자]
“명절 기분은 애초에 잊었죠. 과로로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말만 들어도 배부르고 흥겨운 추석이 설날·한식 때와 함께 1년중 가장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날이라는 묘지관리사.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1묘지에서 만난 심국종 관리소장은 “추석날 한바탕 전쟁 치를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앞에는 벌초하려는 성묘객들을 위한 수십개의 낫이 걸려 있었다.
용미리1묘지는 85만여평에 달하는 대부지에 4만4000여기의 묘지와 3만5000위의 납골당을 갖추고 있다. 그 넓은 부지에서 약 8만여 고인들을 돌보는 직원은 7명뿐. 추석 1주일 전 이미 2만6000여명이 다녀갔지만 추석 당일에 몰리는 5만명 이상의 성묘객들을 뒷바라지하고 나면 몸살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심 소장은 “추석 연휴 전체를 못 쉬는 것은 기본이고 저녁 10시에 퇴근하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다”며 “빨리 다른 직원들과 교대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밥 먹을 때도 마음이 편치않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는 장묘사업소에서 50여명의 직원과 인근 경찰서에서 의경들까지 지원을 나온다. 그러나 심 소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성묘객들의 민원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본인 대신 묘소 청소나 벌초를 부탁하거나, 차를 몰고 오는데 길 못찾겠다는 등 전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며 “게다가 몰려드는 성묘객들을 위한 교통정리와 주차관리도 예사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관리소측에 따르면 성묘객이 버린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우고, 성묘하면서 마신 약주에 취해 시비거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 심지어 지도를 보고도 조상의 묘를 못찾는 사람들은 일일이 묘지까지 안내하는 일도 모두 묘지관리인들의 몫이다.
묘지관리인들은 “나는 괜찮지만 명절을 같이 못보내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직원은 “시부모님께 며느리 노릇을 못해서 죄송하고, 엄마와 같이 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가족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우리 몇 사람이 노력해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편안한 명절을 보낸다는 생각에 보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관리인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을 꼬집기도 했다. 8년차라는 한 직원은 “옛날에는 백정이나 묘지기나 동급으로 인식돼서 행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런다”며 “묘지기가 솔직히 자랑할만한 직업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한사코 기자의 질문을 거부했다.
관리소측은 “이번 추석 성묘객들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고, 특히 물이 부족해 급수차까지 동원하는 현실을 감안, 여성들이 화장실에서 물을 아껴써 달라”고 부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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