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의 택일지
사랑밖엔 난 몰라 2015/08/13 00:48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6819
 


아버지

오래된 시골집을 정리하다가 어머님 시집오실 때 해오신 장농에서

익숙한 아버지 글씨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이딸의 결혼식 날짜를 택일해서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장농속에서 함께 흘러간 세월은 봉투 곳곳이 낡아졌고

군데군데 검버섯같은 흔적이 묻어있지만 그 당시 아버지 필체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스물두살 어린딸을 8남매 맏며느리로 보내셔야 했을 그 심정을 몰랐습니다.

첩첩산골 그 시골로 여린 딸을 보내야했던 아버지의 그 마음을 몰랐습니다.

36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정성들여 쓰신 아버지의 택일지를 발견하고

이 봉투속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습니다.










일곱번 고이접은 종이에서 아버지의 마음도 이렇게 접혔을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솟았습니다.

그만하면 사위 괜찮다 하시며 애써 감추시던 아버지 마음도 읽지 못한 채

저는 저의 앞길에 그토록 험난한 시간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아버지 슬하를 떠나왔습니다.


참 아픈시간이 많았습니다.

눈물의 시간이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겪지않는 힘든시간을 지나왔습니다.


딸이 힘들 때 마다 위로해주셨고

마음을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는 딸을 보시며 아버지는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지

또 지금 제가 겪는 이 고통의 시간을 아버지가 아신다면 또 얼마나

힘들어 하실지 알고도 남습니다.


아니 아버지께서 살아계시다면

지금 딸이 겪고 있는 이 아픔을 쓰다듬어 주실텐데

슬프고 슬픕니다.


아버지

지금 이 어려움 어떻게 이겨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제가 살 수 있을까요?


이렇게 결고운 글씨로 오직 자식들 잘 되라고 기도하신 아버지

지금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가장 그립습니다.


자식들이

심신쾌활 의기양양 가정평화 건강충실 전도탄탄 소화만당 하라고

아버지 살아 생전 기도하신 그 기도가

지금 간절히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바랄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