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고마운...
사랑밖엔 난 몰라 2014/02/28 12:47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6447
 
아버지께 전화드리기도 민망하다
전화 받으시는 것 조차 힘들어 하시니까 말이다.
요즘은 작은오빠가 봄방학으로 내려와 있어서 조금 안심이다.
어젯밤 내내 잠이 오지않았다.
이별의 순간이 머릿속에 떠올라 도통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두려웠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대충 먹고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아버지는...
 
응 ..매부가 와서 지금 낙지집에 모시고 왔는데 번데기를 잘 드시네..
 
아..밤새 뒤척이는 아내의 마음을 읽었구나
 
아버지께 특별한 사랑을 받은 큰 딸
그 마음을 읽어 아버지께 갔구나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대전으로 이사와 처음 번데기란걸 먹어보았다.
아마 아버지와 중앙시장엘 갔던 걸로 생각된다.
조그만 리어카에 종이 봉지를 꽂아놓고 번데기를 팔았다.
조그만 애벌게 같이 생겼던 갈색 번데기
아버지는 5원 어치를 사서 내게 들려주셨다.
 
그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소하기도 하고 짭쪼롭하기도 했던 그 번데기..
 
그때 아버지는 처음으로 딸에게 번데기 맛을 보여주셨다.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아버지는 나를 업어주셨다.
아니 아버지를 따라 나서면 아버지는 의례 등을 내미셨다.
 
위로 오빠 둘을 낳고 나늘 낳으신 아버지의 딸사랑은 지극했다.
늘 공주였고..옥황상제 딸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내가 별에서 온 그대였나보다.
 
지금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
온몸으로 번져가고 있는 암덩이는 이제 간으로 전이되었고
방광에 가득차 있고 직장까지 번져 병원에서는 이제 더이상의 치료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며 아름다운 이별준비를 하라고 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멋있던 우리 아버지가 세월의 풍화작용에 밀려가고 계시다.
그 많은 학식과 선비다움
그 많은 사랑을 어찌해야 할까.
 
그래도 오늘은 나도 웃을 수 있다.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셨다니 말이다.
 
이렇게라도 조금더 조금만 더 계셔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버지 하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한 번 가시니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