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
사랑밖엔 난 몰라 2013/04/26 11:22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6188
 


남편에게 쪽집게를 들려주고 무릎을 베고 누웠다.

흰 머리를 뽑아달라고 했다.

돋보기를 쓴 남편은 내 머리칼을 들추며 흰머리칼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연신 희머리칼을 뽑으며

어느새 이렇게 많이 생겼을까요? 한다

그러게 맘은 아직도 시집오던 스물두살인데..나도 쉰 여섯이야

그래도 당신은 숱이 많아서 다행이네요

 

아구 수술하고 나서 흰머리칼이 확 생겼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 웅큼 흰머리 칼이 뽑혀나왔다.

 

나 당신하고 이렇게 흰머리 날 때 까지 살았으니 약속 지킨거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살았으니까..백년해로 한거여

 

이사람아 요즘 염색하니까 더 오래 살아야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을 먼저 보내는 일은 못할일인것 같으니까

 

아녀..난 당신 없음 아무것도 못하니..당신이 오래 살아아혀

ㅋㅋ

 

이젠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할 나이가 되었나보다

34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엇나가기도 하고

맞추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날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았던 건 웃고 행복한 날이 아닐까?

그래서 또 살아가리라.

머리가 온통 백도화가 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