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한 추위를 겪으며 우리에게 봄이 올지 기대할 수 없었다
봄이왔다고 봄을 알렸어도 간간히 다가오는 꽃샘추위때문에
우리는 또 봄을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때도 찾아온다던 이성부 시인의 시처럼
봄의 발화점인 꽃들이 피면서 세상에 봄을 알린다.
조금씩 꽃몽오리가 부풀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활짝 봄은 함박웃음을 피웠다
우리아파트엔 유난히 소담스런 꽃을 피우는 백목련나무 한그루가 있다
꽃한송이가 어찌나 큰지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즐겁다.
퇴근길
이 큰 꽃송이가 함박웃음을 피우고 있었다.
하루종일 고단했던 피로가 꽃웃음에 풀린다.
그러나 백목련의 꽃말이 이루지 못 할 사랑이라고 한다.
강풍과 비소식이 들리는 주말새벽
이 함박웃음에 비내릴까 근심이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비소식에
애절하다
이렇게 환한 웃음
빗줄기에 지면 어떡 할까
이 웃음 보려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화무는 십일홍이라..
비에 꽃잎 질까 서러하는 새벽
잠마저 달아나 꽃 속에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