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아파트에 살지만 살림살이는 아파트스타일이 아니다
거실 이곳저곳에 어머님 쓰시던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이 편안하다.
뭘그렇게 꾸미는 성격도 아니지만 어머님 쓰시던 그 물건들이
어머님 손때도 묻어있어 시골에서 하나 둘 날라다 놓은것이 다시
그냥 아파트를 편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주방에 소금과 간장 고추가루를 담는 양념통도 옹기로 만든것이다.
싸리나무 채반도 어머님 쓰시던 것인데 가져다가 호박고지도 말리고 무말랭이도 말리고'
그러다 그냥 거실 한쪽에 세워두고 명절이나 기일에는 전부쳐 놓고
또 거실한쪽에 세워 놓고 한다.
어머님 쓰시던 떡판이 마음에 든다.
바람떡을 좋아하던 남편은 고향에 가면 어머님이 꼭 바람떡을 해주셨다고 한다.
떡가루를 쪄서 커다란 둥근나무상에 놓고 밀대도 밀어 만들어 놓은 팥소를 넣어 접고
종지로 콕 찍으면 통통한 바람떡이 된다.
그 떡을 가지런히 놓아두던 떡판
이걸 가져다 찻상으로 쓰고 있다.
또 문풍지 펄럭이던 안방 문
격자무늬가 칸칸이 놓인
가을걷이가 끝나고 찬바람 불기시작하면 새 창호지로 문을 바르셨다.
우선 묵은 창호지를 떼느라 물을 뿌려놓고 깨끗이 종이를 떼고 풀을 쑤고
그리고 창호지를 바르신다.
손잡이 부근에는 코스모스 잎이나 단풍잎하나를 붙여놓으시던 그 손길
아니면 밖에 세상을 바라보면 유리조각하나를 붙여
출타하신 아버님이 언제오시나 내다보던 그 소통의 공간도 만들어 놓으셨다.
어린아이들의 손가락이 쑥 창호지를 뚫기도 하고
침 발라 종이를 녹이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며 그리움을 열고닫고 한다.
이 문도 도시로와 유리를 깔고 한동안은 식탁으로 쓰다 찻상으로 쓰다
지금은 둘이 살아 커다란 상도 필요하지 않아 화분을 올려놓고 있다.
참 멋스럽다.
어머님의 재봉틀
명절이면 8남매의 명절빔을 만드셨고
할머니의복과 아버님 의복..
그리고 개구장이들의 해진 무릎을 꿰메시던 재봉틀도
재봉틀은 시골집에두고 다리만 가져와 유리를 깔고 콘솔로 쓰고있다.
볼때마다 고단하게 재봉틀을 돌리셨던 어머님이 기억난다.
그리고
다듬이돌..
광복이불을 빨아
풀멕여서 꾸덕하게 마르면 착착접어 이돌에 올려놓고 두드려 어머님 표현으로
빤딱이게 두드려..
북소리가 창창 나도록 손질해 꿰메놓으신 그이불을 덮으면
어찌나 상쾌하던지..
풀냄새 배인
다듬이질로 윤기나던 그 이불이 그립다.
그 다듬이돌도 화분받침으로 씌여지고 있다.
다식판이나 떡살로 쓰였던 요것은
어느곳에 갔다가 모양이 예뻐 사왔다
사다가 거실벽에 걸어두었다.
어머님도 다식판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건 찾지못했다.
그것뿐이 아니라
어머님 쓰시던 숯다리미도 두개나 가지고 있고
인두
호롱
그리고 시집오실때 해오셨다는 수제 장롱..용이 조각돼 있다
장독 50여개.각종 소쿠리 바가지 놋그릇 사기그릇 이런것들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에 다 가져오지 못해 시골집에서 어머님 가시고는 쓸쓸해지고 있다.
그 물건들을 잘 정리해 어머님 추억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8남매가 다녀갈때마다 아..엄마...를 그리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싶은데..
나의 이 꿈은 언제 이루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