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생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문자가 도착했다.
"언니 매실 땄는데 좀 드리려구요..저녁에 퇴근후에 뵈어요"
그녀는 일주일전 친정아버지를 잃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위독하신 아버지께 울며 달려가던 그녀
소식을 듣고 밤늦게 장례식장을 갔더니
그 8남매의 인간관계를 알게했다.
한층이 꽉 차도록 늘어선 조화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바쁜데 멀리왔다며 반가워 하면서도 황망해 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돌아왔다.
그런 그녀가 마음을 추스리고 매실을 땄다고 한다.
아니 아버지 장례지내고 가보니 몇그루의 매실은 누가 다 따갔다고 했다.
주인이 없는 사이 따간 매실
어떤 마음으로 먹을까?
13kg 이라고 했다.
이걸 알알이 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저녁을 먹여보내며 한개로 허투루 하지않고 잘 담그겠다고 했다.
그녀를 만난 건 3년전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나를 만나고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기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었다고 했다.
그건 아니야가 아니라 그랬구나 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는 실은 좀 말이 많았다.무슨말인지 모르는 말을 한없이 쏟아냈다.
외롭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그녀는 내가 카리스마 작렬해 무서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내보니 참 부드럽다고 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함께 이렇게 나를 찾아와
내게 매실향을 안긴다.
오늘도 참 많은 말을 하고 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그점이 좋아..다른 사람의 말 중간에서 안끊는..
무한 인내력이 있어야 할 텐데...
그녀의 속이 후련해졌다면 그만이다.


그중에서 큰것을 골라 장아찌 담았다.
매실장아찌는 달콤새콤 맛잇다.
고추장에 참기름 조금 넣고 무쳐도 좋고
다져서 된장과 쌈장을 만들어도 좋고
그냥고기 먹을때 하나씩 쌈에 싸서 먹어도 좋다

열십자로 칼집을 내서 도마에 놓고 방아공이로 톡 치면 갈라진다
씨는 청 담그는데다 섞어놓았다

이황(李滉) 퇴계(退溪)선생은 매화(梅花)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그래서 매화를 노래한 시가 1백수가 넘는다.
이렇게 놀랄 만큼 큰 집념으로 매화를 사랑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官妓) 두향(杜香) 때문이었다.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48세 때였다.
그리고 두향의 나이는 18세였다.
두향은 첫눈에 퇴계 선생에게 반했지만
처신이 풀 먹인 안동포처럼 빳빳했던 퇴계선생이었던 지라
한동안은 두향의 애간장을 녹였었다.
그러나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었던 퇴계 선생은 .
그 빈 가슴에 한 떨기 설중매(雪中梅) 같았던
두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두향은 시(詩)와 서(書)와 가야금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다.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은 그러나 겨우 9개월 만에 끝나게 되었다..
퇴계 선생이 경상도 풍기 군수로 옮겨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향으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변고였다.
짧은 인연 뒤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별은 .
두향이에겐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밤은 깊었으나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퇴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움 뿐이다.』 .
두향이가 말없이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 그리고는 시 한 수를 썼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 제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저 가는 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이날 밤의 이별은 결국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1570년 퇴계 선생이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퇴계 선생이 단양을 떠날 때.
그의 짐 속엔 두향이가 준 수석 2개와 매화 화분 하나가 있었다.
이때부터 퇴계 선생은 평생을 이 매화를 가까이 두고 사랑을 쏟았다.
게 그 모습을 보일 수
퇴계 선생을 떠나보낸 뒤 두향은 간곡한 청으로 관기에서 빠져나와
퇴계 선생과 자주 갔었던 남한강가에 움막을 치고 평생 선생을 그리며 살았다.
퇴계 선생은 그 뒤 부제학, 공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고
말년엔 안동에 은거했다.
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 퇴계 선생의 마지막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매화에 물을 주어라".
선생의 그 말속에는 선생의 가슴에도 두향이가 가득했다는 증거였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前身應是明月幾生修到梅花).
퇴계 선생의 시 한 편이다.
퇴계 선생의 부음을 들은 두향은 4일간을 걸어서 안동을 찾았다.
한 사람이 죽어서야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단양으로 돌아온 두향은 결국 남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두향의 사랑은 한 사람을 향한 지극히 절박하고 준엄한 사랑이었다.
그 대(代)를 잇고 이어 지금 안동의 도산서원 입구에 그대로 피고 있다.

그 애틋한 꽃이 진자리에서 이렇게 청매실이 열리고
군자의 마음같이 단단하게 익어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고 있다.
잘 익혀 먹어야지
그 아름다운 마음까지 익혀서 건강하게 웃어야지.

이제 매실은 이 단지안에서 설탕과 녹여지는 사랑을 할 것이다
사랑과 녹아져
진하게 우러날 것이다.
세상 어떤 맛보다도 맛있는 사랑으로 우려질 것이다.
고마운 그녀의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