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 화 옆 에 서
서 정 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솥작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서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닢이 필라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었나보다
































미당

미당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