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물
사랑밖엔 난 몰라 2011/09/20 09:53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4497
 


부여 다녀오다 따 온 봉숭아를 백반넣고 콩콩 찧어 밤새 묶고 잤더니

이렇게 꽃물이 그리움처럼 물들었어요.

 첫눈 오는 날 설레게 기다려요.

 

 

어려서부터 봉숭아꽃물 들이는 것을 좋아했다.

담밑에 묽게 피는 주먹봉숭아를 따서 돌절구에 소금조금 넣고 찧어서

아주까리 큰잎을 준비하고 무명실을 준비해

봉숭아 꽃물을 들였다.

 

그때는 어머니께서 마루에 앉아 들여주시면

저녁에 두손을 만세하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톱에 발알갛게 물이든 꽃물을 보며 즐거워 하는데

아뿔싸 광목이불에도 빨갛게 물이들어 어머니 얼굴이 붉어지신 생각이 난다.

 

결혼하고서도 늦여름을 지나면 꽃물이 들이고 싶어진다.

해마다 꽃물을 들였는데 올해는 좀 늦었다.

여름내 비가 많이 와서

봉숭아물이 잘 들지않을것 같아서 미루다가 어제 부여를 다녀오다 길가에

붉은 봉숭아꽃을 보았다.

마침 주인이 있어서 봉숭아꽃 조금만 따 간다고 말하자

그러라고..안에 들어와 따라고 선뜻 허락을 해줘서

마음껏 따 올수 있었다.

뒷집 큰아들네와 아랫집 동생네를  불러 부여에서 사온 올갱이국으로 저녁을 먹고

봉숭아에 백반을  절구에 넣고 넣고 콩콩 찧었다. 

 

비닐장잡 손가락 부분만 잘라 꽃물을 올린후 그대로 끼우고

종이테잎으로 돌돌 감았다.

(남편이 감아주었다)

이런 나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50이 넘은 아내가 어린소녀처럼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모습

그래도 이쁠까?

 

아침에 일어나니 엷기는 하지만 봉숭아 꽃물이 들었다.

화끈거리는 손가락을 참고 잤는데

어린시절처럼 만세를 부르고 잤는데  흡족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잘 들었다.

오늘저녁 다시한번 들이려고 한다.

 

저혼자 만세부르며 저쪽에서 자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은

오늘밤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자야하겠지..나를 ...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