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8
이육사의 수인번호 264도 아니고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신정아가 쓴 책 제목 4001도 아닌 번호
1308은 내가 수요일 아침이면 만나는 강의실 호수 이다.
1308로 들어설 때마다
아니 아침 첫 강의 시간 9시를 맞추며 가는 길에도 매주마다 변화가 있다.
3월2일 첫강의 때는 잔설이 희끗하더니
진달래 개나리 아름답더니
조팝꽃 이팝꽃 폭설처럼 피었었고
요즘엔 아카시아 꽃 찔레꽃이 한창이고 짓푸르러 가는 신록이 한창이다.
운전을 하며 서정주 님의 신록을 읊어보았다.
신록 / 서정주
어이할까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가 찬 사랑을 가졌어라.
1308호가 나의 기찬 사랑이다.
젊고 푸른 신록같은 학생들
강의를 할때 누구는 립스틱을 바르고
누구는 눈썹올리는 기계로 눈썹을 올리고 있고
누구는 하품을 하고
누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갖가지 풍경으로 강의 실을 채우지만 그 푸른 젊음이
그 시간이 아름다워 보이는건 내가 이만큼의 세월과 함께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기말고사가 벌써 다가오고 있고
학점 때문에 학생들은 슬슬 신경이 곤두서지만
그들에게 무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요즘 위대한 탄생을 보면 수백대 일로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인생은 억만대 1로 태어난 위대한 인생이다.
그 위대한 인생의 우리는 지금 신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1308호
그곳으로 가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