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
사랑밖엔 난 몰라 2011/05/18 13:10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3963
 



 

1308

 

이육사의 수인번호 264도 아니고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신정아가 쓴 책 제목 4001도 아닌 번호

1308은 내가 수요일 아침이면 만나는 강의실 호수 이다.

 

1308로 들어설 때마다

아니 아침 첫 강의 시간 9시를 맞추며 가는 길에도 매주마다 변화가 있다.

3월2일 첫강의 때는 잔설이 희끗하더니

진달래 개나리 아름답더니

조팝꽃 이팝꽃 폭설처럼 피었었고


 

요즘엔 아카시아 꽃 찔레꽃이 한창이고 짓푸르러 가는 신록이 한창이다.

 

운전을 하며 서정주 님의 신록을 읊어보았다.

 

신록 / 서정주

 

어이할까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가 찬 사랑을 가졌어라.


1308호가 나의 기찬 사랑이다.

젊고 푸른 신록같은 학생들

강의를 할때 누구는 립스틱을 바르고

누구는 눈썹올리는 기계로 눈썹을 올리고 있고

누구는 하품을 하고

누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갖가지 풍경으로 강의 실을 채우지만 그 푸른 젊음이

그 시간이 아름다워 보이는건 내가 이만큼의 세월과 함께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기말고사가 벌써 다가오고 있고

학점 때문에 학생들은 슬슬 신경이 곤두서지만

그들에게 무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요즘 위대한 탄생을 보면 수백대 일로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인생은 억만대 1로 태어난 위대한 인생이다.

그 위대한 인생의 우리는 지금 신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1308호

그곳으로 가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