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랑밖엔 난 몰라 2011/02/09 12:42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3801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주세요"
라는 간절한 내용의 쪽지를 집 문 앞에 남겨놓고 떠난
 충무로 영화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를 생각하는 아침이다.
화려한 영화뒤에서 배고픔을 달래다 죽어간 그녀를 생각한다.
 
밥!!!
 
우리 어린시절 어머니도 늘 밥이 걱정이셨다.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 입에 들어갈게 없다는 건 어머니로써는 치명적인 슬픔이셨다.
해거름 골목길에 보리쌀 한되 사들고 들어오시는 어머니 어깨는
천근만근이었고 제비입처럼 어머니만 기다리는 자식들은 어머니 입에서
단내가 나게 했다.
 
막내가 태어났을때 우리집은 가장 힘든시기였다.
위로 다섯이 학생이니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나는 막내를 업고 어머니를 기다리다 막내가 울면 우물물을 퍼서 먹였다.
그 우물물을 벌컥벌컥 마신 막내는 내 등에서 울다 잠이 들었고
나중에는 이디오피아 난민처럼 말라갔다.
이웃집에서 막내를 키우겠다고 막내를 달라고 했다.
세살 아가를 ...
아직 엄마아버지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고 누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막내를 주면
영영 잃어버지고 말것 같아서 울면서 싫다고 했다.
굶길 것 뻔히 알면서 막내를 줄 수가 없었다.
 
세월은 흐르고 동생도 세월따라 먹으며 굶으며 자랐다.
그런 동생이 공부를 잘했고 유수한 대학을 들어갔고 지금은 공직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
동생을 볼 때마다 밥 생각이 난다.
 
밥!! 동생에게 배부르게 먹여줬으면 하던 때가 있었다.
밥은 생명이다.
이 밥 한 그릇이 우리의 목숨이다.
매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아버지는 늘 우리에게 배부르니를 물어보셨다.
"배 부르니?"
이 세상에 서럽고 서러운 것이 자식 배곯는 것이기에...
"네..."하는  대답이 얼마나 아버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인지 알기에..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주세요"
 
아...이 간절한 밥을 ...어찌 해야 할까..눈물이 난다.
 
 
 
 

이팝나무 꽃

       비단모래

 

창너머 황량한 벌판길

이팝꽃이 하얗게 가파른 봄을 밝혔다

 

뜨거운 밥 한 수저 씹지 못하고 넘긴 것 같이

식도를 데인듯한 뜨거운 침을 삼킨다

 

나이 열두 살 그 때

우리집 쌀통은 늘 배가 고팠다

보리쌀 한봉지 들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는 것도 배 고팠고

두 살배기 막내동생 물 빠진 논같이 말라가는데

 

엄마 젖을 찾으며 허공에 입을 헤매

컴컴한 우물에 두레박 내리고

설탕물이었음 하는 맹물을

출렁이게 먹이면

배보다 눈에서 먼저 물이 고여 출렁였다

 

동생 업고 골목을 나서다

하얀 쌀을 튀기던 튀밥기계는

훔치고 싶도록 하얀꽃을 토해냈다

 

동생의 입에 넣어주고 싶던 꽃

 

땅에 떨어진 몇개를 떨리게 주워

흙 털어

동생입에 넣어주면

그 달디단 맛에 동생은 하얀니를 드러내고 웃었다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동생을 만난 봄날

애잔하게 바라보던 큰누나 앞에서

환하던 동생의 웃음속에 이팝꽃 소복하게 피어 있었다

 

고봉밥사발 같이 배가 나온다고

하얗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