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 생일
사랑밖엔 난 몰라 2010/12/28 13:22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3699
 


 *** 대설주의보 ***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잇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의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끊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1983년>


앞이 안보이게 쏟아지는 폭설에 마음이 갇힌다.
방송국 창문을 열고 거리를 찍었다 
백지를 덮어놓은 것같은 거리를 보면서 29년전 작은 아들이 태어나던 날을 기억한다.
 
난산 이었다.
나는 기절했고 아이는 힘들게 세상에 나왔다.
허리를 움직이지 못해 친정어머니께서 허리를 받치고 계셨었다.
그렇게 낳은 아이가 많이 아팠다.
 
그 아이를 기르는 동안은 나는 절망에 갇혔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않았다.
 
그러며 세월은 흘렀고
작은 아들은 세상으로 나가 백색 간호복을 입었다.
 
태어나서 처음 엄마 품을 떠나 맞는 아들의 생일
마음으로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언제나 건강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