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마음으로 갚아야 할 사랑
사랑밖엔 난 몰라 2010/11/25 09:00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3613
 


 입동이 지나로 소설이 지나면 주부들에게 가장 큰 숙제인 김장이 다가온다.
어릴적에는 김장도 200~300포기를 하는 건 기본이었다.
김장하는날은 그야말로 작은 축제였다.
배추를 뽑고 나르고 가르고 절이고 씻고..그리고 양념을 만들어 버무리고 김장독 묻고 김장독에 넣고
온가족이 힘을 합해 겨울의 반양식을 만들었다.
그날이나 되어야 기름이 둥둥뜬 쇠고기국이나 동태찌개 수육도 먹을 수 있었다.
결혼하고 20여년동안 늘 양가 어머니께서 해주신 김장으로 편안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다.
그러다 양 어머니께서 다 돌아가시고 난 후 가장 걱정이 김장과 된장 고추장 간장이었다.
입맛은 어머니들 손맛에 길들여졌고
그제서야 마음이 허둥댔다.
 
"되는대로 살자" 남편의 지론이었다.
 
두어머니 돌아가시고 한번도 김장을 하지않았다. 그러며 몇번의 겨울을 보냈다.
올해도 소설이 지나면서 슬슬 신경줄이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김장어쩌나.심김치를 넣은

된장찌개를 겨우내 먹는 남편 어쩌나
어떤 요리에도 김치를 넣으면 좋아하는 남편..고등어를 조릴때도 닭볶음을 할때도 아니면

그냥 김장배추 머리만 잘라
멸치와 된장과 들기름 조금넣고 푹 무르게 지져만줘도 잘 먹는 남편인데..
 
작년 김치를 알뜰하게 먹고 있는데 두어쪽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우렁각시가 나타났다.
작년에 김치냉장고를 채워주었던 연기군 금남면 김태순님..
전화가 왔다.
"올해 김장 안했쥬..그냥 쬐끔 담었는디 도시사람 입맛에 맞을랑가두 모르구.."
그러며 아파트까지 싣고 달려왔다.
 


 올해는 더구나 손을 수술하고 지금까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김장하는건 꿈에도 꾸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김치냉장고 한쪽을 꽉 채워 주었다.
거기다 참기름 들기름을 이렇게 많이 짜 주었다.
세상에 시골은 이게 다 돈인데...
 
김장을 가지고 온다는 전화를 받고 얼른 내가 입은 바지같은 걸 하나샀다.
속에 기모가 들어있어서 따뜻하고 포근하고
겉에는 스팡클이 붙어있는 바지..나와 옷 스타일이 비슷한것 같았다.
그걸 들고 아파트 마당에서 기다리니 김장을 실은 차가 도착했다.
김치를 받고 바지를 건넸다. 얼마나 수고로웠을까?
"형제들거 하면서 그냥 쪼금더 했어유..맛있을랑가 모르겄네..."
"아녀요..이미 그사랑으로 맛있어요"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생새우와 굴을 넣고 담았다고 한다.
김치를 먹고 얼른 전화를 했다.
"정말 맛있어요"
"그러믄 다행이구..."
 
아....올해도 우리는 행복한 겨울을 보내겠구나.


 오늘 새벽 문밖에서 무언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문이 왔나보다 ..
전화가 울렸다.
"8층인데요...언제저녁 김장을 해서 드셔보시라고 문에 걸어두고 왔어요"
아..꽃집아줌마 김옥희씨.
 
 


 

굴이 들어있는 김장김치를 그냥 상에 올려놓고 가위로 뚝 잘라 아침을 먹었다.굴향이 가득했다.

먹고나서 얼른 문자를 보냈다.

"굴향으로 아침이 행복했습니다..고맙습니다."
 

예전에 어머니는 고마운 일이 있으면 검은 머리로 신발을 삼아드려야 할 정도로 고마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러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갚아야겠다.

뒤숭숭한 뉴스가 아침부터 마음을 흔들어도 나는 오늘 행복하게 시작한다.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을 나도 나누어야 한다.

이웃을 따뜻하게 하는 방송글, 이웃을 섬기는 방송을 만드는 일

바로 내가 할 일이다.

 

참 고마운 아침이라고 트위터로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