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엄마...가을 끝자락에서 엄마잃은 사람에게
사랑밖엔 난 몰라 2010/11/13 22:35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3577
 


후두둑 겨울 철새들이 깃을 터는 것처럼

속절없는 바람에 가을이 잎을 털며 외로움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날

한밭시낭송전국대회가 있었다.

오후 두시부터 6시까지 초등부 부터 일반부까지 50여명의 시낭속에 푹 마음을 절이고 있었다.

 

저렇게 사람의 목소리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린 초등학생의 시낭송을 들으며

심장에 소름이 솟았다.

 

시를 담담히 들으려 했다.

너무 오버하지 않는 사람

시에 잘 맞는 음색을 가진 사람

그리고 낮게 깔리는 아침 안개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

 

대상은 내 예상과 맞았다.

다섯명이 심사를 보았는데...마음으로 심사한 어린이가 증학생이 고등학생이 일반부가

대상을 탔다는게 안심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함께 그렇게 듣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시에 빠져있는데 무음의 문자가 도착했다.

"순옥엄마..하늘나라 가심 7시에 만남.."

 

시에 절어 흐느적이는 마음에 훅 하고 소금같이 짠 아찔한 시간이 뿌려졌다.

이가을 울엄마도 세상을 떠났는데 순옥 엄마도 고운길을 택하셨구나.

우선 문자를 보냈다.

"엄마 손 놓친 순옥 어째...막내딸 손놓고 가시며 얼마나 돌아보셨을까"

 

그랬더니 문자가 왔다."웅..ㅠㅠ.."

 

엄마...여자에게 엄마란..한 세상의 고통을 같이 느끼는 사람

엄마...여자에게 엄마란 해가 되고 달이되고 꽃이되기도 하고

그런 엄마를 잃고 허둥대기를 벌써 몇 년

무언가 등을 지탱하던 굵은 등 힘줄 하나가 툭 끊어진 느낌

엄마!!!하고 늘 상 부르고 싶은 이름

엄마...

 

엄마를 잃은 순옥의 등을 가만히 안으며 눈물이 나오고

오늘 시낭송에 참여한 두편의 시가 괜시리 눈물 찡나게 만들어

몇시간 내내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천천히 이 두편의 엄마를 읽는다.

 

 

어머니의 편지

문정희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허공 한줌 
                     나희덕 

  이런 얘기를 들었어.

엄마가 깜박 잠이 든 사이 아기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난간 위에서 놀고 있었대.

 난간 밖은 허공이었지. 잠에서 깨어난 엄마는 난간의 아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름을 부르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아가,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숨을 죽이며 아기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어.

그러고는 온몸의 힘을 모아 아기를 끌어안았어.

그런데 아기를 향해 내뻗은 두 손에 잡힌 것은 허공 한줌뿐이었지.

순간 엄마는 숨이 그만 멎어버렸어.

 다행히도 아기는 난간 이쪽으로 굴러 떨어졌지.

아기가 울자 죽은 엄마는 꿈에서 깬 듯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어.

아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들었어.

 죽은 엄마는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아랫목에 뉘었어.

아기를 토닥거리면서 곁에 누운 엄마는 그후로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지.

죽은 엄마는 그제서야 마음놓고 죽을 수 있었던 거야. 


  이건 그냥 만들어낸 얘기가 아닐지 몰라.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비어 있는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어.

 텅 비어 있을 때에도 그것은 꽉 차 있곤 했지.

 수없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그날밤 참으로 많은 걸 놓아주었어.

허공 한줌까지도 허공에 돌려주려는 듯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