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요즘 먹는 약이 그런지 하루종일 힘도없고 의욕도 없고 그렇습니다.
녹음까지 하고 완전 소진된 몸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무조건 누웠습니다.
내 등이 깊숙하게 어디론가 잠기는 느낌..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퇴근하며 가지고 들어온 하얀 스치로폼 상자
"그분에게 택배가 왔네"
남편과 나는 그분~~ 하면 이미 가슴속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습니다.
피식 웃으며 일어났습니다.
택배를 뜯으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떤 보물이 들었을까?"
그 하얀 상자안에는 묵은 김치를 담은 봉지 두개
곱게 늙은 노각
향이 온 아파트에 가득차는 깻잎
그리고 말린 뽕잎차와 짧은 편지한장..

그대와 나는 만난 적도 없습니다.
한오년쯤 되었을까요?
이 컴퓨터공간 블로거로 만난 것이..
그대와 나는 오프라인에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대와 나는 딱 한번 전화를 했을뿐입니다.
그런 그대가 철이되면...이렇게 사랑을 보냅니다.
내 마음속의 키다리 아저씨...
남편과 나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 대단하신 분이네..."남편은 감탄 했습니다.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갈비사다 묵은지로 전골해먹자"
"나 저노각 살짝 절였다 고추장에 무쳐먹어야지"
"이 깻잎 삼겹살 싸먹자"
"뽕잎차 끓여 마시자"
갑자기 내몸에 활력이 솟았습니다.
그렇게 땅속으로 꺼지던 몸이 붕 하고 가벼워졌습니다.
그대의 마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걸 내게 보내려고 박스를 구하고 곱게싸고 우체국까지 갔을 그대
키다리 아저씨
우체국창가에서 내이름을 쓰며 그대도 행복했나요?
"우리 무작정 언제한번 가자"남편이 그럽니다.
그래야 겠습니다. 키다리 아저씨 만나러 언제 바람처럼 가야겠습니다.
비가옵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태풍까지 견디며 천천히 늙어간 노각처럼..아저씨와 나도
이쁘게 늙어갑시다.

기운이 났습니다.
키다리아저씨 선물을 냉장고에 넣으며 내 마음속에 아저씨의 그 마음을 간직합니다.
나도 아저씨에게 마음을 보냅니다.
건강하시라고 기원하는 마음.
아저씨께 무작정 달려가는 그날이 얼른 허락되기를 바랍니다.
남편과 둘이 기쁘게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