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우는 힘은 눈부시다
사랑밖엔 난 몰라 2010/04/21 10:03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2869
 


 이른봄 논산에서 농사지으시는 분이 무 몇개를 주셨다.
겨우내 무 구덩이속에 묻어두었던 건데 생채를 해먹거나 무나물을 해먹으라고 보내셨다.
두식구 사는 집
쌀을 한컵만 해도 3일씩 먹고 조그만 투가리에 된장을 끓여도 결국 남아 버려야 하는 살림에서
우리는 결국 이 무를 다 먹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게을러서
늘 있는 반찬만 상에 올렸는지도 모르지만...하여튼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있던 무를
음식분리수거를 하려고 봉지를 열었을때..아..말라가는 에미몸에서 파란 싹이 올아오고 있었다.
 
그 놀라운 새촉
여리고 연한 연녹색의 촉이 눈부셔 차마 버릴수가 없었다.
나머지 삐들한 것들은 음식물 버리는 통속에 넣어버리고 이건 조그만 접시에 물을 담아
창가에 놓아두었다.
한 20일이 지났는데 드뎌 무꽃을 피웠다.
 
무 몸통은 쪼글거리는데 이 푸른 줄기는 있는 힘 다해 제 에미 몸통속의 남은 젖을 다 빨아먹고
활짝 꽃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꽃피우지 못하고 썩어버린 몸통도 있는데 이렇게 꽃을 피우다니..
무는 대견하게 제몸의 물기를 다 빼내도 좋은지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절망의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파란 촉을 틔워낸 안간 힘으로
세상을 버텨낸 것은 눈부신 꽃을 피우기 위함 아닐까.
물론 이 무꽃은 곧 시들테고 한때의 영화를 접고 음식물 쓰레기통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으므로 섭섭하지 않으리라.
 
몸통을 다 내준 무도 그러리라.
꽃피웠으므로...그 꽃이 진다한들 섭섭치 않으리라.
 
출근길
바람에 지는 꽃비를 보았다.
꽃비는 눈송이 처럼 날리면서 소리를 내지않았다.
그저 바람소리에 실려 봄한철을 밝힌 기쁨으로  낙화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웠고..최선을 다해 봄을 밝혔고 그 기쁨으로 말없이 지고 있다.
화무는 심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그 순리를 따라 피고지고 하는 꽃
 
욕심을 부린다 한들
미련을 둔다한들
 
우리네 삶도 어쩌면 꽃과 같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올봄 처럼 춥고 꽃샘추위많고 일조량 적었던 계절에서도 꽃을 피우듯
어렵고 힘든 환경을 이겨내 꽃을 피우고
그 화려함이 다하면 그렇게 지는게 아닐까..
 
그래서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
단 한번 화려한 꽃피움의 기쁨으로 기쁘게 살아야 한다.
 
꽃피우는 힘은 눈부시기 때문이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