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채원아!!
사랑밖엔 난 몰라 2009/10/27 11:02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2530
 
단풍이 황홀하게 불타는 가을아침
오늘아침 유난히 할머니 품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너를 놀이방에
떼어놓고 나오는 마음
뭐라 말할까.
 
다른때는 놀이방에 가면 할미 빠이빠이를 하며서 선생님 품에 잘 안기는데
오늘은 왜 유독 함미..함미 하면서 울었을까
함미 목을 끌어안고 안어..안어..하면서 함미를 더욱 세게 끌어안는
아가 채원을
뚝뚝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닦아내지 못하고 선생님 품에 밀쳐두고
단풍비 내리는 가을 길로 왔다.
 
분리공포증
그래 너는 아침마다 가족의 품에서 떨어지는 분리공포증이 있는지 모른다.
 
태어난지 3개월때부터 학생인 아빠엄마 때문에, 일하는 함미
때문에 낯선 놀이방 아기집에서
두려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참 고운 선생님들 품이지만 낯이 설고 냄새가 다르고 하던 두려움
 
일하고 있는데 아직도 네울음 소리가 스쳐간다.
가슴이 철렁 낙엽지듯 뚝뚝 진다.
 
아가야
 
세상은 지금 단풍바다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두번째보내고 있는 아가에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가는 일이 무엇인지 보다 더 중요한게 엄마 아빠 품이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가야
네가 나중에 자라봐야 이해하는 일이겠지만 현대에 태어난 아가들이
대다수 겪고 있는 일을
너도 겪고 있는 일이란다.
 
엄마를 떨어지는 일
참 무서운 일이란다.
함미도 어려서부터 돈벌러 나가는 엄마를 기다리며 쓸쓸했던 일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학교에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 차려먹는 일이 얼마나 가슴 먹먹한 일인지 모른다.
 
운동회때 소풍때 엄마가 비껴있을 때는 눈물나게 쓸쓸하고 힘들었단다.
그리고 아주 영영 이세상에서 엄마를 볼 수 없었을 때 그때는 기막히게 아프고 힘들었단다.
 
그래서 내아이들 만큼은 내 품에서 기르고 싶었는데
어느날 함미도 네 큰아빠와 네 아빠를 떼어놓고 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말았구나.
 
세월이 흐르고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해어지던 상처들이 조금은 아물어가고 있지만 외로운건 매 한가지인 것 같다.
 
네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과 만나면 아늑한 공간과의 분리..그때부터 너는 두려웠을거다.
네 까만 눈동자속에 가족들의 얼굴이 아닌 선생님 낯선 공간이 담겨진다는 것 두려운 일이겠다.
아가야.
오늘 하루종일이 함미 마음이 묵직하다.
지금은 울음을 그치고 잘놀고 있겠지만 함미목을 끌어앉던 네 작은 손끝의 떨림
그 떨림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 오늘 네어미도 일찍 학교에서 오는 날이고
함미도 별 약속 없으니..(아니 약속있더라도 오늘은 취소하마)너를 일찍 놀이방에서 데려와
놀아주마.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마.
이쁜 아가야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면 좋겠다.
 
그리고 아가야
함미가 내일 문화원 축제에서 낭송할 시한편 올려주마
나중에 자라서 네가 이글을 읽게 된다면
사람은 왜 가끔 외롭고 쓸쓸한건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한다. 내손녀 아가 이채원!!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