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사랑밖엔 난 몰라 2008/12/26 13:20   http://blog.azoomma.com/silkjewel/281990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미디어스>에 보낸 서신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mediaus@mediaus.co.kr 
 
 
성탄절 밤입니다. 광화문 네거리 프레스센터에서 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캐롤을 들으며 파업전야를 보내고 있습니다. 99년 방송법 투쟁 이후 근 10년 만의 일입니다. 신문, 방송, 출판 등 전 지부가 참여하는 파업은 언론노조 설립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 6시간 후면 이명박 정권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과시키려는 언론장악 7대 악법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삼성방송, 현대자동차방송, SK방송, LG방송… 조선방송, 중앙방송, 동아방송… 말 그대로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이 출현하게 될지, 아니면 언론노조의 파업투쟁을 계기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좌초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우리는 이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간 너무나 식상해 토론의 흥미를 돋우지 못하던 민주주의, 언론, 신문의 공정성, 방송의 공공성 등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장악 노린 의회 쿠데타를 막기 위해
 

▲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곽상아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단체들 그리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한나라당이 발의한 신문법·방송법 개정안과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을 포함한 언론관련 법안을 ‘언론장악 7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강력저지를 외쳐왔습니다. 언론노조는 총파업 카드까지 빼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6일 600명의 보좌관을 동원해 문방위에 상정하겠다, 만약 실패할 경우 다음주 초 의장 직권 상정으로 100대 중점법안과 함께 모조리 연내 처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을 가로막고 외통위에 상정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선례를 볼 때 엄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들의 뜻대로 진행된다면 명백한 의회 쿠데타입니다. 한국독재정권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그 다음은 공안정국이 펼쳐지겠지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밤입니다. 다시 한 번 왜 우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사용해 이 법들을 막으려 하는지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삼성과 같은 재벌들에게 KBS, MBC, SBS 같은 지상파방송은 물론이고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IPTV(인터넷방송)에서조차 뉴스채널과 뉴스를 방송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해왔습니다. 한마디로 대기업은 방송뉴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방송이 대자본의 손아귀에 장악되면 자본과 권력의 유착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재벌의 이해만 반영해 방송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겨레, 경향과 같은 신문도 방송진출이 금지되었습니다. 여론의 독점을 우려해서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 규제가 미디어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상파는 지분의 20%까지, 뉴스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은 49%까지 재벌과 신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자본이 방송에 투자되면 산업도 성장하고 고용도 늘어나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뭐 이런 주장입니다. 그리고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면 그동안 좌편향이던 방송을 가운데로 놓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조중동 방송이 여론의 다양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10년 만에 찾아온 경제위기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성장’ ‘고용’ 이런 단어가 포함되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솔깃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조중동은 연일 사설과 기사를 동원해 한나라당의 주장을 윤색, 화장하기에 바쁩니다. 오랜 숙원이던 방송 진출을 눈앞에 두고 점잔빼고 있을 조중동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는 허위기사에다, 신·방 겸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음해성 사설까지 서슴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면 실소를 넘어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거짓말쟁이들이 그렇듯, 무엇이 거짓말인 줄도 모르는 지경에 이른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거짓말인 줄도 모르고 떠드는 거짓말

그러나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이런 주장을 하면서 뒤로 감추는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뉴스를 제외하면 지금도 대기업이나 조중동이 드라마, 오락,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모든 방송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든지 투자하고 얼마든지 산업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즉, 한나라당이 이번에 내놓은 언론 관련법은 미디어 산업 발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산업과 고용이라는 단어는 오로지 ‘방송뉴스’에 진출하기 위한 화장발에 불과합니다. 

둘째, 뉴스방송은 많은 취재 인력과 장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큰 이윤이 남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KBS, MBC, SBS를 들여다보면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이윤을 남겨 뉴스에서 난 손실을 메우는 실정입니다. 뉴스전문채널인 YTN도 겨우 수지를 맞추는 정도입니다. 

셋째는 언어와 국가주권의 문제 등으로 지상파와 뉴스방송은 산업적 발전이 제한된다는 사실입니다. 삼성이 한국어 뉴스방송을 시작하면 언젠가 핸드폰이나 반도체처럼 세계적인 고품질 뉴스를 만들게 됩니까? 삼성이 생산한 한국의 뉴스가 전 세계에 불티나게 팔리게 됩니까? 삼성이 만들면 역시 다르다? 뉴스산업은 자동차, 조선과 같은 제조업이 아닙니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는 외국자본이 자국의 지상파나 뉴스채널에 진출하는 것을 까다롭게 규제합니다. 이는 방송이 산업적 성격 외에 한 나라의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한국 최고의 뉴스방송사가 되었을 때 동남아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서 “오 삼성, 우리나라 뉴스에도 좀 진출해 주세요!”라고 할까요?
 
재벌·조중동방송, 한나라당 50년 장기집권 노린 포석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기자, PD들이 대거 가입해 있어 좀 걸쩍지근한 언론노조의 파업까지 무시하고 대기업과 조중동의 뉴스방송 허용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대기업들은 왜 돈 안 되는 뉴스방송을 굳이 욕 먹어가면서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이해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16, 17대 두 번의 대선 패배가 방송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해왔습니다.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 기존방송사들을 대신해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같은 대기업 뉴스방송을 통해 여론을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신문시장의 70~80%를 점유하는 조중동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확보한 마당에 방송까지 자신의 입맛대로 재편하고 나면, 50년 장기집권은 이제 일본의 자민당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한나라당 이야기가 됩니다. 언론노조가 민주당의 뜨뜻미지근한 초기 대응을 강력 비난할 때 한 말이 “그러면 민주당은 집권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말이었습니다.   
 
대기업도 방송뉴스를 통해 큰 이윤은 남기지 못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아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방송뉴스를 소유하고 나면 일식집에서 도청의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로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방송을 통해 내놓고 정치권을 주무를 수 있습니다. 맘에 안 드는 선량들에게는 “회장님 힘내세요”가 좌우명인 기자들을 동원해 24시간 밀착취재 시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도록 내놓고 여론몰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NBC를 소유하고 있는 GE처럼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삼성비자금 사건 때 중앙일보의 행태를 보면 짐작이 갈 겁니다. 몇몇 얼빠진 방송학자들이 “잘못이 있으면 사후에 규제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사에서 뺐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규제하겠습니까? 편파보도 불공정 보도한다고 시민단체들이 압력을 넣어도 끄떡하지 않을 겁니다. 수십 개 계열사가 있는데 광고 불매? 불가능합니다. 거기에다 검찰이 광고주 압박운동 하는 시민들은 잡아가두어 주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조중동의 방송 허용도 동일한 정치적 이유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굳이 조중동 방송을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은 이들이 재벌과 손을 잡고 방송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자본과 조중동 콘텐츠의 결합. 보수수구 세력의 눈으로 보면 환상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7대 악법의 실체입니다.
    
언론관련법, 한번 개악되면 영영 못고쳐

파업 3시간 전입니다. 파업을 선언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더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해 순이익이 지상파 전체의 매출액보다 더 큰데 기존 방송사들이 대기업 방송에 맞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동안 광고를 배분하던 광고공사도 헌법재판소를 동원해 해체시키려 하는데, 세계적 경제위기로 광고는 급감하는데, 수익의 90%를 광고에 의존하는 KBS, MBC, SBS 지상파 방송들이 치열한 광고전쟁 속에서 자본과 권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까? 물이 줄어드는 저수지에 가물치를 풀어버리면 모두 다 죽을까, 가물치만 살아남을까? 재벌과 그 계열사들은 자기 방송을 놔두고 다른 방송사에 얼마나 광고를 내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한나라당은 사회적 합의는 물론, 제대로 된 논의한 번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관련 법을 고치느라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빚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캠프에 방송, 신문 특보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니 이런 걱정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는 일 자체가 없어질 테니까….

어제, 그제 파업에 돌입하는 각오를 묻는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아주 세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기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으레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물러날 싸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껏 쓴 내용의 열배를 쓰더라도 언론장악 7대 악법의 해악을 다 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우려와 걱정을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조중동에 대한 콤플렉스라고 했습니다. 그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습니다.

미국이 좋으면 진짜 미국처럼 하라
    
두어 마디 더 붙이고 마치겠습니다. 미국 좋아하는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오바마는 월가에 대한 규제강화와 더불어 미디어 자본에 대한 규제와 신문·방송 겸영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고 합니다. 부디 미디어 규제완화와 신·방 겸영 허용이 세계적 추세라는 거짓말은 그만 두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빨간색 선글라스를 벗지 못하는 조중동에게 충고합니다. 아직 가운데 오지도 못한 지상파를 빨갱이 방송이라고 욕하기 전에 그쪽들이 너무 오른쪽에 서 있지 않은지 주위를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파업 기사를 읽으며 가슴이 뜁니다. 얼마나 고뇌했을지... 
우리 방송사도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아침에 파업출정식을 하고 서울로 떠났습니다. 
언제 해결이 될지 모르는  험난한 길을 떠나는 방송사 직원들을 보면서...마음 아팠습니다.
오늘 날씨가 추웠습니다.
갑천 물이 얼었습니다. 서울은 더 추울텐데..거리에서 서 있어야 할텐데...옷은 든든히 입었는지.
 
그냥...쓸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이 파업을 하니 또 걱정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나의 후배들
TV작가 리포터 엠시 성우 VJ 모두 일손을 놓아야 합니다.
 
연말연시...
텅빈 주머니땜에 쓸쓸해질 그들생각에 마음에 그늘이 집니다.
그늘 지니 더 춥습니다.
 
잘 하고 돌아오시기를....기원하면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