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컴퓨터 바탕화면은 수시로 바뀐다.
처음에 좋아하는 꽃이었다가 가족사진 ..바다..산..
지금은 우리아가 채원의 사진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사진은 어제 찍은 사진이란다.
늘 바라보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우리는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면 가정 좋아하는 것을 깔아놓고
컴퓨터를 켤 때마다 기분좋게 바라보고 있다.
솔직히 채원사진은 볼때마다 즐겁다.
내 삶의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마주서야 보인다
가슴에 꽃을 달아주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서야 한다.
가장 친밀한 거리에서 서로의 눈길을 보내고
그가 기뻐하는지 입가를 엿보아야 한다.
그건 첫 포옹만큼이나 설레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 신경숙의 《자거라, 네 슬픔아》 중에서-
오늘 아침 배달된 고도원의 아침편지 내용이다.
우리는 ,나는 어떤것을 마주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내 가슴화면에 깔아놓은, 그래서 수시로 떠오르는
즐거워도 슬퍼도 술먹어도...떠오르는 화면은 무엇일까?
아주 어렸을때 내 생각은 늘 글 잘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싶었다.
활자가 된것은 무엇이든 읽었다. 우리집에 책이 없던 시절이라 길을 걷다가도
눈에 띄이는 글씨를 읽었고 길에 나뒹구는 선데이서울도 무지 읽었다.
에로틱한 이야기나 황당무지한 이야기도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다.
그러다 학창시절 고려출판사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되었다.
그때 조선왕조실록을 읽었고 그해가을을 읽었고..제목도 기억하지 못하는 책들을
스펀지에 물 빨아드리듯 읽었다.
사장님은 일은 제대로 않하고 책만 읽는다고 6개월만에 해고했다.
하지만 섭섭하지 않았다.
마음은 배 불렀으니까.
결혼하고 한동안 내삶의 바탕화면을 꺼두었다.
누군가에 의한 삶이 시작되었고 내 맘대로 할 수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내 의지대로 할수없고 시간에 밀려 세월에 밀려 그냥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백일장엘 다니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글쓰는 법을 배운적도 없었지만 백일장에 나가면 당선이 되었다.
한 오년을 백일장에 나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문학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를 쓰고 수필을 쓰면서 내 삶의 바탕화면이 다시 켜졌고
서른 네살 가을, 우연히 방송작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내 시간의 가장 중요한 바탕화면은 방송을 하는 일이었다.
그러며 수시로 삶의 바탕화면은 빛났고
많은 사람들과의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나갔다.
그게 내 재산이 되었다.
지금의 삶의 바탕화면이 자꾸 채원에게 쏠리고 있다.
그 많은 모임도, 책읽는 즐거움도, 시를 쓰고 하는일 보다도
우선 채원이 먼저 떠오른다.
세월의 힘이다.
지금 채원이 나들이를 준비하고 있다.
옷을 갈아입고 두건을 쓴다.
춘천을 다녀온단다.
채원이가 처음 만나는 춘천, 처음 접하는 군대간 아빠의 사촌동생인 삼촌을 만나러 가는길
어린 채원의 세월에 어떤 화면으로 남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