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명심보감-12. 성심편(하)
어제 저녁 남편은 큰 아들 결혼을 앞두고 둘이 술 한잔 하고 있다고 문자가 왔다.
아버지로써 아들에게 이를 말도 있고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으리라.
그리고 결혼을 앞둔 아들의 심정도 들어보고 싶었으리라.
사람에게는 양가감정(ambivalence)이 있어서
한 대상에 대해 반대 감정이 공존하고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미워하는 감정을 같이 갖고 있어서 막상 결혼이 닥쳐오면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는게 사실이다.
남편은 먼저 인생을 시작했고 어려움도 기쁨도 겪어왔기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어느정도 나침반이 되어주고 싶어서 일게다.
남편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을때 둘이 여행을 다녀왔다.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도 고등학교를 다녀왔을 때도 남자들만의 여행을 다녀와
가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나를 궁금하게 했지만 그 모습은 보기 좋았다.
남편과 큰 아들은 참 각별한 정을 나눈 부자 사이다.
나와 작은 아들이 13년간 병원을 다니고 있을때 큰 아이를 기르는 일은
남편이 맡아서 했다.
연년생인 동생이 아프니 형이라는 이유로 엄마 품을 차지하지 못하고
엄마는 늘 동생 곁에만 있었다.
장난감도 동생에게 양보해야 했고...
아침마다 엄마와 동생이 보고싶다고 침대에 엎드려 흥건하게 울던 아들을 일으키며
남편도 눈시울을 붉히기 일쑤였고
저녁이면 둘이 놀이터에 나가 아들 그네를 밀어주며
동생 빨리 나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별을 보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큰 아들은 외가에 자주 맡겨졌고 이모들이 기가 막히게 예뻐했다.
워낙 영특하고 귀여운 조카를 여동생들은 품에 품어 키웠다.
집에 있던 아이 작은 외숙모는 정말 친 자식같이 아이를 거둬주었다.
늘 눈이 헐겁게 엄마를 그리는 아이를 애련하게 길러주셨다.
그냥 아이는 쑥 자랐다.
마음속에 얼마나 외로움의 그늘이 많았을까?
늘 아픈 동생과 집에 없는 엄마...소풍때도 운동회때도 엄마는 없었고
아빠가 사주는 김밥을 들고 나서야 했던 외로움...
그래서 남편과 아들은 서로 외로움을 나누며 다독이고 지냈으리라.
그런 아들을 결혼 시키는 아버지 마음.
대견하고 ..뭐라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리라.
술자리가 끝날 무렵 나와 작은 아들이 그자리에 참석했다.
아들은 눈이 부어 있었다. 남편의 눈도 충혈되어 있다.
"엄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우리엄마~엄마랑 아버지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물어봐 주세요"
"그래 엄마랑 아버지 중에 누가 더 좋은데?"
"그야..우리 엄마죠"
"한철아...엄마한테 잘해드려..내가 니 딸한테 무지 잘할게..
그리고 제수씨 우리엄마한테 잘해주세요...내가 채원이 에게 잘할게요.
이렇게 이쁜 조카 낳아줘서 고맙구요"
"아니 두남자 무슨 말을 했어?"
"엄마 그건 비밀..남자들만의 비밀이거든요. 하지만 제 얘기 아버지께
다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해요. 역시 우리아버지 최고..."
술이 강처럼 출렁대는 아들에게
"엄마는 술 많이 먹는 거 싫거든...말 많이 하는것도 싫거든"
"에이..그래도 엄마 큰 아들 이제 일주일이면 유부남 되잖아요.
저요..엄마께 잘할게요. 엄마 사랑 하거든요"
"내 걱정 말고 니 색시한테 잘해..그게 엄마한테 잘하는 거니까"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조금은 궁금하지만 그래 남자들만이 할수 있는
이야기를 했으리라 생각든다.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아버지니까
아버지를 존경하는 방법을 아는 아들이니까...
둘의 모습이 든든하다.
부자자효라...아버지가 사랑해야 아들이 효도한다는 말...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하더라도 꼭 맞는 말이다.

동생하고 엄마는 서울 병원에 있을때 외가집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이 아기가 커서 결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