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나물을 말리며
사랑밖엔 난 몰라 2008/05/17 11:07   http://blog.azoomma.com/silkjewel/275967

 가죽나물

참죽의 새순 가죽.

 

참죽의 새순을 ‘가죽’이라고 하며, 이른 봄에 따서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데쳐 말려 가죽나물이나

가죽부각에 이용한다. 봄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 대밭에 나가 보면 보이지 않던 순이 여기저기 솟아

 나온 것을 볼 수 있는데 ‘우후죽순’이란 말이 여기에서 나왔으며, 순(筍)은 열흘 간격을 뜻하는 ‘旬’에서 온 말로 나온 지 열흘 된 죽순을 먹을 수 있어 붙여졌다 고 한다. 대나무 잎에 방부살균력(防腐殺菌力))이 있는 것으로 믿어온 동양에서는 대나무 잎에 밥이나 콩 삶은 것을 꾸려두거나 싸 감아서 저장하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가죽나무잎 줄기를 꺽어 물에 씻은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잎만 골라 햇볕에서 잘 말린다.

말린 재료를 튀김기름에 살짝 볶고 갖은 양념을 해 먹으면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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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살아계실 적,나무의 새순이 파릇이 올라올때 쯤

고향에 가면 밥상에 동그란 가죽장떡이 푸짐하게 올라왔었다.

연한 가죽을 잘게 다져 밀가루에 고추장을 풀고 고추를 송송 다져넣고 부친 가죽장떡

무슨 맛이랄까?

말로 표현할수 없는 오묘한 맛이 혀를 자극했다.

 

입안에 퍼지는 고추장 맛하며 달큰 시큰한 가죽맛이 어울려

그야말로 자꾸만 손이가는 음식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줄기채로 삶아 그냥 밀가루 푼물에 적셔 커다랗게 부치는 밀가루가죽전.

입안에 넣고 즐기만 죽 잡아당기면 고소한 전맛이 매끄럽게 넘어갔다.

 

울안 가장자리에 가장 커다란 ..높은 나무

가죽나무 순은 거의 맨 꼭대기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가죽나무 순을 따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감을 따는 긴 대나무장대끝에 낫을 묶어 가죽나무 줄기를 꾾어내야 했다.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일까

가죽나무 순은 파랗다기 보다 연보라를 머금은 빛이었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나면 가끔은 이 가죽나무 순이 텃밭에서 쏙쏙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

즐겁게 쉽게 가죽나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봄내 가죽나물은 밥상을 차지하고 사랑을 받았다.

어머님은 가죽을 꼭 까죽이라고 발음 하셨다. 까죽...정겹다.

 

고추장과 된장을 적당히 넣고 들기름을 쳐서 무친 나물은 가히 일품이었다.

화단전체를 깔고 있는 돌나물을 뚝뚝 잘라다 넣고 가죽나물 무친것

씨를 뿌린 상추밭에서 오글오글 올아오는 어린상추를 솎아넣고

날 된장 한술을 퍽 퍼넣고(우리 어머님은 비빔밥에 꼭 날된장을 넣으셨다.특별한 맛이었다)

큰 양푼에 밥을 비비면 아들 며느리  돌러앉아 맛있다 맛있다 하면 먹는 그모습

그 모습에 어머님은 그냥 배가 부르셨다.

 

어린가죽이 조금 쇤다 싶으면

찹쌀풀을 쑤어 가죽줄기채 풀에 적셔 마당 빨래줄에 척 걸쳐놓으셨다.

절반은 고추장과 검정깨를 섞은 풀에 적셔 걸치고

또 그냥 아무것도 무치지 않고 삶은 채 투명하게 파란 실핏줄을 두른 가죽줄기도

걸쳐놓으면 마당 가득 가죽냄새로 넉넉했다.

 

빛깔좋은 햇살에 꾸덕꾸덕 마른 가죽줄기는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이 되어 상에 올라왔다.

팔팔끓는 기름에 튀긴 가죽 부각...설탕을 뿌리기도 하고 소금을 뿌리기도 한 가죽 부각의 맛은

어떤 맛에도 비교하지 못하는 맛이고 고추장에 말린 가죽맛은 밥반찬으로

특별했다.

그리고 고추장독안에 푹 담가놓았다 꺼내 참기름 한방울과 통깨만 솔솔 뿌려낸

가죽고추장 장아찌. 밥에 물말아서 얹어먹는 맛이란... 

 

그런데

우리 남편이 좋아한 가죽반찬은 줄기채 삶아말려 바싹 마른 가죽잎을 훑어

기름에 볶아낸 것이었다.

김 부스러기를 볶아낸 것 같은 까만 가죽잎

통깨를 솔솔 뿌려 놓으면 입안에서 바삭 부서지는 고소한 맛이란....

 

남편은 그 가죽가루를 넣고 밥을 비벼먹는걸 좋아했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어떤 가죽 맛도 볼수 없었다.

 

가죽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가죽순은 나중 커다란 부채처럼 늘어져 버리고

그 걸 그냥 안타깝게만 바라보며 어머님을 그리다 돌아오곤 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시골에 갔다가 시동생이 가죽을 따야겠다고 길다란 장대를 들었다.

저걸 따서 어쩌지 걱정이 되면서도 입안에 먼저 고이는 가죽맛이 그리워

덥썩 가져오고 말았다.

 

조금 데쳐 무쳐주었다.

아이들은 이게 무슨 맛이냐고...낯선 맛을 거부했으나 남편과 나는 속웃음을 웃으며 먹었다.

그래 니들이 가죽맛을 알어?

 

그리고는 잊어버렸던 가죽 봉지.

토요일 아침..야채박스에서 시들어가는 가죽봉지를 발견했다.

이대로 버리면 안될것 같은 애잔함

이렇게 삶아 옷걸이에 걸쳐 베란다에 널어놓았다.

 

언제 어떤 음식이 되어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지금 마음 같아선 바싹 마른 가죽잎을 훑어내 고소한 들기름에 볶아

남편 밥상에 올려보겠다는 마음이다.

 

어머님~ 그 아련한 아름다운 맛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