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춥더니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다.
겨울바람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 창자에 닿을 때
예리한 얼음조각을 삼키는 듯하게 추웠다.
방송국 창밖 슬몃슬몃 서해로 가는 해가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겨울하늘의 노을잔치는 참 환상이다.
오늘 우리집에 와 있던 중학교 1학년 조카가 서산 집으로 돌아갔다.
1달가까이 엄마아빠를 떨어져 우리집에서 학원다니고 글짓기 공부하고
지내던 조카.
나 바쁘다고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다.
이 조카는 시누이가 결혼해서 17년만에 낳은 정말 귀한 조카다.
스물다섯에 결혼해 마흔하나에 낳은 조카..아직도 조카를 낳던 날 아침이 생각난다.
가슴졸이고 졸이다 까맣게 타서 재가 되어 무너질 즈음 시누이에게 아기가 생겼다.
세상 모든것 접어두고 하나님께 매달려 산지 이년이 지나서였다.
병원에서도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선고를 받은 몸이었다.
시누이부부는 참 아름답게 살았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서로 얼굴 붉히지 않얐고 서로 안스럽게 생각하며 위로하며
살아갔다.
얼마나 갈등이 많았을까?
동생들은 결혼만 하면 아기를 낳고 백일 돌을 치르고 하는데...
그런 시누이에게 아기가 생겼다.
이건 순전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총이다.
시누이 부부의 애절한 기도로 이루어진 생명이었다.
조카를 낳던날. 시누이 남편은 흑흑 ..흐느꼈다.
제왕 절개를 한 시누이도 아프다는 내색도 없었다.
그저 감사 감사였다.
그 조카가 자라서 중학생이 되었다.
나에게도 참 소중한 조카다.
이조카를 방학동안 데리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거절하지 못했다.
금쪽같은 아들을 떼어놓고 마음놓지 못할 시누이부부가 조카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한달간 대전에서 학원을 다닌다고 눈에 띄게 공부가 오르지 않을테지만
형들이 있는 분위기..그리고 글을 쓰는 외숙모 노래하는 외삼촌이 따뜻한 집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내 큰아들은 학원을 데리고 나니며 공부를 시켰고 나는 이틀에 한편씩 글짓기를 하게했다.
그리고 수정해주고 고쳐주고..
나와 있는 동안 열편의 독후감과 두편의 글짓기를 했다.
글짓기 제목은 겨울나무와 거울이었다.
겨울나무는 겨울을 지내는 나무의 굳건함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발견하라고
내 준 제목이고 거울은 나의 장래의 모습을 비춰 보라고...
내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비슷하게 썼다.
며칠전에는 마침 생일이었서 우리가족과 함께 생일을 보냈고
어제저녁에는 옷하나를 사주었다.
마음같아서는 넉넉하게 해주고 싶었는데...그냥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서산에 도착한 후 시누이가 전화를 했다.
"언니 아이가 불쑥 커 왔네요. 참 고마워요..."
조카를 보내고 큰아들이 한마디 했다.
"아..오늘부터 편하게 자겠다..."
조카가 와 있는 동안 자기방을 내주고 거실에서 자느라 불편했을 큰 아들...
고맙다.
그렇게 사는거다...인간 세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