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바르며
사랑밖엔 난 몰라 2008/01/09 22:11   http://blog.azoomma.com/silkjewel/265380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냉장고 깊숙이 있는 통에 김이 몇톳 들어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며칠 전 달래간장에 김쌈을 하느라 김을 또 한톳 사고 말았다.

도대체 살림을 어떻게 하는건지 스스로도   민망했다.

 

생각난 김에 ,

김을 직접 재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김을 재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않는다.

아이들 어렸을때 김을 발라 구워주면 밥을 참 맛있게 먹었다.

 

거실에서 김을 바르자 작은 아들이 희귀사진이라고 사진을 찍는다.

 

엄마의 이 굵은 팔뚝을 어찌하라고... 

 참기름 들기름을 섞었고

태안에서 구운 자염을 썼다.

이 자염은 바닷물을 뻘에 가두어 말려서 만드는 소금이라

값이 좀 비싸지만 염도가 낮고 맛이 구수하다*^^*

태안의 갯벌이 기름에 상해 이 자염도 이젠 구해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염을 만드는 시쓰는 아저씨...짠 눈물 떨구고 계시지는 않으시는지

마음이 아리다.

 

자염도 아껴먹어야 겠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느낀 김구이는 시집가서 어머님이 구워주시던 김이다.

어머님은 가마솥 밥을 하시느라 아궁이에  불을 때신 후 그 잔불을 끌어내

석쇠에 김을 올려 앞뒤로 구워내셨다.

어머님이 직접 농사지어 짠 들기름을 바른 김은 바삭하고  고소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을 폭 싸서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바삭 부서지는 김맛

접시에 떨어진 소금까지도 고소했다.

 

석쇠에 구워주시던 굴비,더덕구이,돼지갈비,그리고 보글보글 끓던 청국장 뚝배기

어머님 돌아가시고는 맛보지 못한

내가 기억하는 추억의 맛이다.

 

또 밥솥에 찐 굴비맛도 가히 예술이었다.

고추가루 솔솔 뿌리고 파 송송 다져넣고 스텐그릇에 담아 가마솥에서

쪄진 굴비는 잘박하게 국물이 나와있었다.

굴비살을 똑 떼어 밥위에 올려 먹으면 ...밥 도둑이란 표현이 맞다.

 

달걀찜도 환상이었다.

목청을 울리며 달갈을 낳았다고 소리치는 둥우리에 가면

따끈한 달걀이 들어있었다.

그 달걀을 톡 깨뜨려 새우젓국 조금넣고 파 송송 썰어넣고 가마솥에 쪄주시면

따끈하게 한수저 입에 넣는 그 짭쪼롬한 새우젓맛과 토종 달걀의 맛은

어찌 그리도 좋았을까?

 

밥솥은 고구마도 들어있고 감자도 들어있고

김치도 송송 썰어 들기름에 묻혀 쪄 주시면 볶음 김치보다 더 맛있었다.

어머님은 어떤 음식을 해도 맛있었다.

 

더덕을 칼로 긁어 도마에 잘근잘근 두드려 고추장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주시면..

아 ..어머님의 그 손맛.

어머님 돌아가시고는 내 입은 그 맛을 찾지못해 쓸쓸한적 많았다.

 

그리운 어머님,

 정말 오랫동안 시장에서 파는 구운김을 사다먹었다.

시장김은 처음엔 바삭하지만 좀 지나면 기름 쩐내가 나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기 일쑤였다.

 

바르는 김에 넉넉히 재어 놓았다.

주말에 남편이 아버님께 반찬을 가지고 갈때 아버님 드시게 드리고

아랫층 사는 동동이며 직장생활하는 동생네도 수북하게 나눠주고

방학을 맞아   방학 한달간 외숙모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형에게 공부를 배우고 있는 서산에서 온 조카에게도 먹이려...

 

흐믓하다.

퇴근해온 남편이 "어..이 고소한 냄새는?"

하더니 '사다먹지 힘들게'...한다.

 

내일 아침부터 며칠간 밥상위에 올려질 김...바라봐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