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께서 쓰신 글씨 소영원...




작은 오빠가 쓴 어머니를 보내는 글
엄마!
하늘이 엄마의 숭고한 마음을 어여삐 여기셔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빛깔고운 단풍으로
수 놓으신 이 아름다운 가을 날에 엄마를 재회하게 되어 기쁘고 또 슬픕니다.
엄마!
그동안 얼마나 아프셨습니까?
생시에 살짝 만져도 아프다고.멍든다고 하신 우리엄마
아무리 후생들을 위한 헌신이셨지만 그 두렵고 엄청난 아픔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둘째동생이 엄마 보고 싶으니 업고 오라고 이 오라비에게 청할때
혹시 이녀석이 데리러 오지 않을까 기다리시진 않으셨습니까?
엄마!
자식이란 손만 베어도 엄마는 가슴을 도려내는듯 아프다고 하셨는데
반대로 이 불효한 자식은 엄마가 그 모진 아픔을 겪으시는 동안 자주 엄마를 잊고
평소대로 웃고 먹고 살았답니다
이래서 부모의 마음.만분의 일만 따라해도 만고효자가 된다고 하였던가 봅니다.
하지만 엄마!
아버지께서 엄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시겠지요?
엄마가 돌아가신 28일...매달 28일이면 엄마계신 근처를 서성이시며 엄마를 그리셨습니다
부모님 일찍 여의신 아버지가 처음으로 정을 주고 받으신 우리 엄마시니
그 심정 오죽 하셨겠습니까.
엄마!
아버지께서 엄마가 앞으로 지내실 옥으로 만든 집에 "명당항"이라 새기고
엄마의 호와 존함을 새겨놓고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지시며 입술이 부르트실 정도로
엄마를 기다리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손수 결 고운 대나무 정성껏 다듬고,평소 엄마가 좋아하시고
아끼시던 비단으로 벽을 두르고 지붕을 덮어가며 엄마를 그렇게 기다리셨습니다.
엄마!
아버지께서 엄마가 먼곳으로 가시기 전에 단 하루라도 집에서 함께 계시면서
햅쌀로 흰밥을 포싹하게 짓고 생시에 좋아하시던 맨 미역국에 점심.저녁 아침을
드시겠다고 하시면서 아내의 마지막 길에 소용되는 모든 비용도
혼자 준비하셨습니다.
엄마!
앞으로 엄마가 살아가실 "소영원"은 엄마를 사랑하시는 아버지께서
만드셨고 틈틈이 자식들의 손길로 가다듬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
천사같이 고운 엄마의 육신이 사시기에 잘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엄마!
이 아들이 조상님들께 저의 엄마 잘 보살펴 달라고
지금 말씀 드리겠습니다.
소영원에 계신 조상님들 이시여!
조상님들께서도 잘 아시고 계시듯 저의 엄마는 17세 어린나이로 빈한한 가문으로
시집오시어 아들딸 고루 낳아 가문의 대를 풍성하게 이으셨고 가문을 일으키려
동분서주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식들 모두 세상에 거 없는 배필로 짝을 지어 주셨습니다.
이만만 해도 조상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가문에 큰 공을 세우신 것인데도
저의 엄마는 집에 찾아오는 거지도 미친이도 가리지 않고 저희와 같은 밥상을 차리신
고운 마음으로 우리 가문을 선하고 후덕하게 가꾸신 분입니다.
하오니 조상님들께서 오늘 여기로 오시는 저의 어머니를 갓 낳은 귀한 자식처럼 보살펴
주시길 간절히 청하옵니다.
그리고 조상님들이여!저의 엄마는 생시에 아무 거리낌없이 어디서라도
노래부르시고 장구치시고 즐겁게 지내셨습니다.
저의 엄마가 소영원에서도 생시처럼 노래하시면 즐겁게 손뼉쳐 주시고 장구치시면 같이
어깨춤 추시면서 즐겨주시고 어여삐 여기시고 흔쾌히 함께하여 주시기를 간절하게
청을 드리옵니다.
엄마!
조상님들께 이 아들이 잘 말씀 드렸으니 아무 걱정 마시고 소영원에서 즐겁게 지내세요.
그리고 혹여 자식들이 뵈러오면 부드러운 바람으로 변하여 자식들을 어루만져 주세요.
혹 마음여린 여동생들이 와서 엄마 보고싶다고 눈물을 흘리거든 따뜻한 바람으로
나타나시어 동생들의 눈물을 말려주시고 웃음 띤 얼굴로 만들어 돌려보내주세요.
엄마!
이자식 지금 막 눈물이 납니다. 그동안은 그래도 저 병원에 계시다는 생각에
엄마가 돌아가신줄 모르고 살아왔는데 미제 엄마를 흙으로 보내드리면 우리엄마
정말 돌아가시는 거잖아요.
그모진 고생길도 웃음으로 견디시고
그 험난한 풍파도 남편자랑 자식자랑으로 견디시고
우리 자식들 다 잘될거다
우리 자식들 다 잘될거다 하신 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가
그 어머니가
정말 돌아가시는 것 인가요?
2007년 11월 17일 둘째 올림...



아버지께서 직접 쓰신 아내를 보내는 추모사
嗟乎普衍 遺後擇善
아! 부인(보연) 후생을 위하느라 좋은일 남기시고
餘韻歸土 靈造猶展
출중한 여운이야 흙으로 가시지만 영결한 그 기품은 좋은일 많으리다.
健勝風雨 寬閑婆娑
사나운 비바람을 강인하게 이겨냈고 어렵고 험한 길을 웃음으로 마쳤는데
玉樓淸風 陶陶若何
천상옥경 맑은 바람 즐거움이 어떠하오.
歲月不住 再朞奄經
세월은 쉬지 않아 두번기일 지나갔소.
小心僅持 徒想展型
이 마음 위로받아 가까스로 추스리며 부인의 옥모영풍 상상할 뿐이라오.
薦此小禮 兒曺所供
이 소례를 받드는 것은 아이들 마음이오니
照鑑不薄 均是和邕(邕의 정자는 화할옹 + 새추)
조감(부인의 돌봄)을 두터이 하여 (자식들)모두 충실하게 지내도록 보살피소서!
書不盡言 言不盡書
글로서도 다 못쓰고 말로서도 다 못해도
區區所懷 君或知歟
(나의)구구한 소회를 그대는 (잘)아시겠지요?
嗚呼夫人 塵緣不輕
아! 여보! 나의 아내여! 인간 인연 지중하니
我離世日 握手相迎
나 세상 떠나는 날 서로 만나 즐깁시다.

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추모사를 읽으셨을까?
다시 만나 재회하자는 그 마지막이 우리를 울렸다.
마음 아픈것은 아버지도 사후신체를 병원에 기증하신 일이다.
자식들 이렇게 마음 아픈데..
오늘 우리어머니를 영원히 흙으로 보내드렸다.
병원에서 2년동안 자신의 몸을 의학을 위해 몸바치시고
우리에게 한줌 흰 가루로 돌어오셔서
어제 하루 그렇게 사랑하는 아버지 곁에서 밤을 보내시고
오늘 아버지께서 만들신" 영원히 휘파람 불고 노래하는 곳" 소영원
흙속으로 돌아가셨다.
애통하게 울면서 한줌 흙을 어머니께 놓아드렸다.
곧 들이닥칠 겨울....춥지 마시라고....
사랑한다고....
오늘 함께 해준 우리 6남매의 가족들...이모 고모 가족들...
우리엄마를 고운 양지쪽으로,,,영원히 햇살드는 그곳 소영원으로 보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