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에서 제2회 대전시민연극축전이 열리고 있다.
경숙이,경숙이 아버지
버자이너 모노로그
늙은 창녀의 노래
요지경
팔자좋은 의사선생
이름을 찾습니다 등
보고싶은 공연이 여러개 있다.
여성의 성을 이야기하는 버자이너 모노로그
늙은 창녀의 노래는 정말 보고싶은데
주말 방송과 겹쳐서 어쩔 수 없이 보지못하고
오늘 경숙이,경숙이 아버지를 보았다.
실은 처음엔 별 기대하지 않고 갔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연출가의 저력만 믿고 갔다.
박근형 작/연출
그런데 아니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게 했고
배우들의 열연에 열광하게 했다.
하지만 슬프다기 보다는 가슴 아프게 행복했던 80분이었다.
바람처럼 떠도는 남편이 사랑했던 여인을 잊지못해 슬퍼할때
그의 아내가 달려가 그녀에게 내 남편을 살려달라는
장면은 웃지 못할 아픔이었다.
'
나도 내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노래를 잘해 니나노를 부르며 사랑받고 싶었다.
나도 여자다. 외치며 절규하던 모습
그렇게 떠도는 남편을 끌어안고 그 지독한 인생을 살아내는 모습에서
왜 그렇게 가슴 먹먹했는지.
흔하디 흔한 경숙이란 이름에 또 그의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으로 이땅에 사는 것
사람마다 사는 장단이 다르다던 경숙이 아버지의 말에도
역시 그 흔한 인생
장단 다르게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란것 같다.
영화 박하사탕 플롯같은 구성으로 짜여진 이 연극은
뭐니뭐니해도 경숙어메의 열연이 최고였다.
떠도는 남편이 좋아하는 고등어배를 따던 그 무시무시한 칼로
자신의 배를 가르며 절규하던 모습에서 쓸쓸한 웃음을 웃었다.
그리고 딸 경숙이의 졸업식날
죽었을 거라 짐작했던 아버지가 사온 구두 한켤레
그 구두를 놓고 또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
'아부지 어데갑니까? 아직도 그리 갈데가 아직 남았습니까
우리도 데리고 가이소'
하던 경숙이의 쓸쓸함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벗을수 없는 굴레처럼 보였다.
커튼콜을 할 때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숙어메 고수희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쁘지 않은 아내를 떠도는 경숙 아버지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경숙이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숙이 아버지가 집을 비운사이
경숙어메에게 임신을 시킨 꺽꺽이 아저씨에게도
경숙아버지가 그리 사랑했던 자야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연극을 끝내고 나오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하늘에 둥그런 달하나가
내 품에 들었다.
초록잎새를 비추는 가로등이 내눈을 환희롭게 했다.
아~
아름다운 오월의 밤
우리는 모두 떠도는 경숙이 아버지가 아닐까?
떠도는 남편을 사랑하고 품어안는 경숙어메가 아닐까?
경숙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