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온 전화
사랑밖엔 난 몰라 2007/04/25 13:36   http://blog.azoomma.com/silkjewel/246362
 

 

 

 

봄은 참 균등하다.

그리고 배려깊은 계절이다.

방송국 창밖 우성이산에 나무들이 봄햇살 기운이 스며들어

점점 색이 짙어져 간다.

바람이 부나보다.

오후의 산이 흔들리고 있다.

햇살 퍼지는 곳이면 어디든 봄의 직인을 찍어놓는 균등한 배려.

삼삼하다. 

 

작가실이 조용하다.

그렇게 북적이던 오전 시간을 보내고 각자 자신들의 방송 시간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들의 글발이 공중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척박한 가슴에 떨어져

또 꽃을 피울 것 이다.

우리는 그래서 방송을 한다.

 

감기몸살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채로 미열로 끓는 이마를 짚으며

섭외를 마쳤다.

내일은 대전의 한 기업회장이 대전시민들에게 시민의 숲을 안겨주기 위해

자신의 사재 100억을 기부한 일흔일곱 희수를 맞으신 건설회사 회장님을

초대해 아름다운 사회환원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섭외하기 쉽지않았다.

그러나~결국 섭외를 해냈다.

마음이 가뿐하고 산뜻했다.

 

일회용 커피한잔을 따끈하게 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내 주머니속에 진동으로 전환된 핸드폰이 전파를 보냈다.

흔들렸다.

핸드폰 창에 발시자번호제한이란 표시가 떴다.

스팸전화같아 받지 않으려다 습관처럼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모? 이모죠~"

적당히 발음이 어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우띠구나"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우띠여요..이모 보고싶었어요!이모 나빠요..전화도 안하고..."

"그래..잘있니? 아가는 잘 크니..몸은 괜찮니?"

"네~잘있어요..이모 지금 저는자카르타에 있어요. 조금 있으면 한국으로 갈 거여요

그때 이모한테 갈게요."

"그래..꼭 와..치킨 사줄게"

 

아!우띠...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만나 한글을 가르친다고 일주일에 한번씩 만난

인도네시아 노동자.

눈이 크고 멋졌던 청년.

함께 밥먹으러 다니고 온양이랑 동학사 충주를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 했었지.

프레스기계에 손을 다쳐 수술실에 들여보내놓고 참 마음 아팠지.

'나 손 다친거 보고 우리엄마 속상해 하면 어떡해요'라며 엄마를 걱정하던 우띠.

 

내 기억속에 조금은 잊혀졌던 우띠의 전화가

지금 외국인 노동자센터를 한동안 찾아가지 못함 미안함까지 붙들어 왔다.

다들 잘 있는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꿈땅을 찾아온 그들

생각보다 훨씬 힘든 그들의 생활.

그들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안겨주고 싶었던 그때...나도 행복 했었는데.

 

우띠의 전화를 받고

외노센터 소장님께 안부전화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어도 웃음 잃지않고 일하는 분인데...

 

-하필이면 가시많은 나무에 저토록 이쁜 장미가 피었을까 라는 생각보다

가시 많은 나무에서도 저렇게 예쁜 장미꽃이 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