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
그동안 마흔해 넘게 살아 온 정화라는 이름을 벗고
여명이란 이름으로 회색승복을 입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따스한 가정을 몸에서 덜어내고
차가운 냉골에서 보이차로 몸을 덥히며
나(我)는 누구인가를 찾고 있다고 했다.
죽비로 발바닥을 맞으며
네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고
뜨거운 열탕과 살을 에는 냉탕에 몸을 담그며
몸속에 남아있는 번뇌의 옷을 벗고
단식으로 마음의 옷을 벗어 냈다고 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내 것이 아닌 그냥 우리라는 개념으로 받아드리게 되고
풀 한포기 바람 한 점
그리고 쏟아지는 햇살마저 감사해졌다고 한다.
안거를 하며
우리라는 개념으로 받아드리는 그녀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았다.
참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어떤 행복인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맑았다.
평안해 보였다.
濕
을 떼어내고 있다는 그녀 ...여명
살아있음이 濕 인 것을.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도 濕 인 것을.
이세상 濕 아닌것이 없거늘.
삶과 죽음에도 경계가 없거늘.
그럼 어떤 濕이 윤회하는 건지
그녀 맑은 잔잔한 깊은
무테안경 넘어 수십리 눈속을 들여다보고 돌아 온 길
내 마음은 오히려
無心을 선택한다.
그렇게 청주길을 다녀왔다.
봄이 無心하게 온다.
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