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들이다
엄마와 추억만들기 2007/02/07 22:59   http://blog.azoomma.com/silkjewel/241887
 

 

어린 딸 결혼을 시키시며

어머니는 걱정이 참 많으셨다.

오빠들은 아직 공부중이고 동생들도 학교에 다 다니고 있는데

시집을 가겠다는 철없는 딸을 바라보시며 얼마나 근심이 많으셨을까?

 

혼수도 그렇고

8남매 맏며느리 예단도 그렇고

선비아버지의 청빈한 맑은 가난속에서 많이 애태우셨으리라.

 

어머니는 목화솜을 구해

빨갛고 파란 이불호청으로 이불을 만들어 주셨다.

방하나 가득 솜을 펼쳐 놓으시고 속싸개를 하고 광목을 풀해서 밟고 두드려

고슬한 호청을 만들어 골무를 끼고 대바늘로 호청을 시치셨다.

 

옆에서 이불 꿰매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이 고운 이불을 덮고 잘

첫날밤을 생각하며 괜히 민망해 하기도 하고

나중에 어떻게 빨아야 하는건지 걱정도 하면서 어머니를 지켜보았었다.

이불두채를 며칠에 걸쳐 만들어 놓으시고 왕겨를 넣은 베개 두개와

원앙베개라고 긴 베개 하나도 만들어 주셨다.

밍크이불 하나

여름에 덮을 차렵이불 하나를 빨간 이불보에 싸서 놓으시고는

이 이불 덮고 밤잠 잘자고 건강하라고 당부 하셨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해주신 목화솜 이불은 얼마 덮지 못하고

장농을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남아야 했다.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침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파트는 더워서 솜이불을 덮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몇년 후 아이들 방을 만들어 주면서 솜이불을 다시 만들었다.

솜틀집에서 솜을 타다가 얇은 이불을 만들었다.

이불한개로 세개의 이불과 요가 나왔다.

하지만 얼마 후 그 이불도 또 애물단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침대~침대 노래를 해서 아이들방에 각각의 침대를 사주었더니

솜이불은 또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남자애들이라 너무 더운탐을 많이 해 솜이불은 다시 장농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집을 리모델링하고 장농을 없애고 붙밖이 장을 만들고

매트침대를 바꿔 돌침대를 들여놓고 하니

더더구나 두꺼운 이불은 소용이 없었다.

겨울에는 돌침대에 불을켜고 자면 온돌처럼 절절 끓으니 얇은 이불하나만 덮으면

그만이었다.

 

이불하나가 자꾸 눈에 거슬렸다.

호청도 오래되어 색이 바래고 어디다 둘 곳도 마땅하지 않았다.

붙밖이 장은 이불이 아니라도 옷으로 가득해 이미 포화상태고

아이들 방도 각자의 물건들이 들어있어서 간수할 곳이 없어 급기야 분리수거

하는 날 버리기로 하고 밖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께서 아릿한 마음으로 딸에게 해 주신 솜이불

어머니 계시지 않는 허전함속에서 어머니 정성이 담긴 이불을 선뜻 버릴 수가 없었다.

자꾸만 눈에 밟히고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목화솜을 구할 수도 없을텐데...

 

그러다 아파트 초인종옆에 붙어있는 솜틀집 전화번호를 발견했다.

솜을 타서 새로 이불을 만들어 주는 집이었다.

이불솜을 보더니 솜이 너무 좋다고

요즘 이런 솜 보기 어렵다고 버리기 아까운것 왜 버리려고 했느냐고...솜을 가져가더니

 

침대에 까는 매트요와 이불 두개 그리고 베개호청까지 만들어 왔다.

겨울동안 깔았던 침대보를 걷어내 다 빨아널고 새로 한 이불세트를 깔았다.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아주 얇은 이불과 매트를 만들었는데도

새솜이라 폭신했다.

 

방안에 봄을 가득 들여 놓고 마음이 붉다.

내 마음에도 이미 봄꽃 가득 피었다.

 

괜히

침이 꼴깍 넘어간다~오늘밤.....포근히 잘 생각을 하며...*^^*

 

어머니의 손길 같은 부드러운 솜 느낌이 기분좋다.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