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쁜 마누라
2006년 마지막 달 이네.
12월 첫날은 27년전 가냘픈 몸매.애기티를 벗지못한 모습으로
나한테 시집오던 그 날이고.
당신 몸살이라도 날것같은 마흔아홉의 마지막 달 이기도 하네.
그러나 이쁜마누라 생각해 보면 40대는 누구보다 보람있고 뜻깊은 세대였지 않나?
참 대견스럽고 모든 일에 열성을 다하는 모습 무척 보기 좋았는데.
본인은 무척 힘들었지만 그렇게 폭포처럼 웅장하게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이
다음 50세대엔 유유히 흐르는 큰 강이 되리라.
천하장사도 잡을 수 없는 세월..인정하고 슬퍼하지 말기를...
결혼27주년 진심으로 자축하며 느을~"여보정말미안해"를부르며
사랑할것을 맹세할께.
지금까지 행복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쭈~욱 건강하게...
남편이 12월 첫날
6년째 매달 첫날 이면 보내주는 남편의 메일
이쁜 마누라~컨디션 별루지? 한잎씩 눈이 날리네
기쁜 마음으로 조절해봐~.화이팅팅
이쁜 마누라~당신 좋아하는 눈 내리고 있네
기분전환~ 11월30일 핸드폰으로 보내준 문자
어제 아침은 영 기분이 나지 않았다.
발표가 있는 날이라서 발표자료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웠고
또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영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저녁에 사랑의 송년 음악회 사회도 보아야 하는데
아침에 입이 불어나가는 내가 안스러웠는지
캠퍼스 강의실 창가에 흰 눈발이 성글게 내리기 시작할 무렵
문자가 띠릭 울렸다.
피식 웃었다.
눈발속에 섰는 단풍나무처럼 마음이 붉다.
그리서 인지 발표도 그런대로 잘 마치고
저녁 사회도 성황리에 잘 할수 있었다.
오늘 12월1일 첫새벽
어제저녁 음악회의 감동이 지워지지 않는다.
장애우들이 와 주었고 사회복지관에 다니시는 분들이 오셨다.
휠체어를 타고 와서
목발을 짚고 와서
나를 바라봐 주던 그 눈빛
내 말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여 주는 그 마음
평소 듣지 못했던 앙상블연주도 조용히 경청해 주었고
나의 시낭송도 지그시 눈감고 들어주었다.
결혼 27주년 새벽 아침
우리는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
내가 사회보는 것을 지켜본 남편이 말했다.
"대단해~별 원고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해~정말 대견하고 뿌듯해
오늘 당신 참 이뻤어"
"내가 방송 원고를 쓰니까~내가 썼던 말들을 했을뿐이야"
언제 부턴가 남편은 내가 전화를 하면 "응~이쁜 마누라네~" 하며 받는다.
내게 문자를 보내도 꼭 이쁜 마누라~하고 시작한다.
내가 마흔 아홉의 몸살을 지독히 하고 있어서인지
그래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선지 '이쁜 마누라'를 달고 산다.
이제 마흔아홉 딱 한달 남았다.
딱 한달
이제 불혹의 나이속에서
지천명의 나이로 들어서야 한다.
트럼펫연주 "달밤의 트럼펫"을 들으면서도 섹소폰연주"고엽"과"눈이 내리네"를
들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가슴 물컹하게 흔들렸다.
뜨겁게 흔들렸다.
결혼 27주년 , 그리고 마흔아홉의 12월 첫날
12월도 11월 처럼 건강하기를 바라며
행복했던 마흔아홉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나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