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마지막날도 나는 생방송으로 교통 특별방송을 마련했다.
어제는 서해고속도로가 주차장이라는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고 경부고속도로도
신탄진부터 망향까지는 주차장이라고 운전하시는 분들의 전화와 신청곡이
전화두대를 폭주하게 했는데,오늘은 참 한가했다.
지역의 교통 통신원들이 전하는 교통제보는 모두 원활하다는 내용이었다.
운전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잘된 일이지만 특집방송을 마련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긴장한 우리들은 그저 픽~하고 웃음만 나올 뿐 이었다.
아이러니다.
라디오방송
나는 여섯살 무렵에 처음 라디오를 들었다.
아랫집 오빠네집 기둥에 매달린 사각형 소리통(스피커)에서 나오는 이상한 소리
어느땐 남자였다가 어느땐 여자였다가 노래가 나왔다가 연속극이 나왔다가 하는
이상한 소리통
그안에 손톱만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줄 알았다.
눈만 뜨면 양지바른 나무마루 끝에 앉아 라디오를 들었다.
저 안의 사람들은 어찌 저리도 말을 잘할까? 노래도 어쩌면 저렇게 잘할까?
의문도 많았지만 라디오 듣는 재미는 친구도 없는 산골에 사는 내게는
아주 좋은 친구였다.
어느날 그 소리통에서 큰오빠의 이름이 나왔다.
어린 나는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우리오빠 중학교 합격발표였다.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이 어찌 우리 오빠 이름을 아는지...
그렇게 라디오와 인연을 맺고 나는 지금 방송 작가로 17년째 일하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 내내 아팠다.
8남매 맏며느리,시어머님 계시지 않는 집안의 명절 보내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도 일하는 여성으로써 여든의 홀시아버님이 계신 집안의 명절.
차례준비도 그렇지만 그 많은 형제들 먹는 것 장만도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
일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여러가지 마음도 힘들었는지
몸이 아팠다.
명절을 보내고 돌아와 겨우 추스리고 토요일 일요일 생방송을 했다.
오늘 방송을 하고 있는데 큰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밤 아홉시오분에 라디오스타 표 있는데 아버지랑 함께 보실까요?"
실은 좀 쉬어야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상을 견뎌낼것 같았지만 또 보고싶은 영화라 8시 방송 끝나고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라디오스타!
왕년의 가수왕을 했던 ..그러나 현재는 인기가 없는 한 가수가
지방의(영월) 라디오 DJ를 하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간간히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도 했고
웃음짓게도 했다.
그저 꾸밈없는 라디오방송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물론 우리방송 현실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겠지만)
사람 사이의 사랑도 영월을 흐르는 동강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도저히 떠나서는 행복할 수 없는 두사람의 사랑
물질도 명예도 아닌 그저 가슴 뻐근한 남자들의 속내에 콧끝이 찡했다.
나도 그런 방송을 만들고 싶다.
방송을 들으며 그저 웃고 우는..
예전 나를 처음 방송에 입문 시키시고 호되게 담금질 시키신
지금은 돌아가신 부장님이 계셨다.
"라디오방송은 웃음 아니면 눈물이다..그게 없으면 라디오는 죽는다"
라고
매일매일 모니터 하며 호통치셨던 그분...이 기억 나는 밤
별은 혼자서는 빛나지 않는다고 떠난 매니저를 돌아오라고 흐느끼던
왕년의 스타..자신을 최고라고 믿어주던 매니저
그가 사무치게 그리운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산을 씌워주던 엔딩씬은
비와 당신...바로 왕년의 대스타가 부르던 노래 제목과 오버랩 되면서
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추석연휴 마지막 밤을 보내고..나는 또 일상으로 돌아가
머릿속 얽히는 일들로 복잡하게 살것이다
하지만 잊지 않을 것이다.
별은 혼자서 빛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