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보내주신 봄 편지
사랑밖엔 난 몰라 2006/04/10 09:49   http://blog.azoomma.com/silkjewel/222280
 

주말에 아버님께 다녀온 남편이 가져온 돌나물과 토종부추

 

아버님!

아버님 혼자계시는 그 너른 집 울안에 봄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버님께 다녀온 남편이 내민 비닐봉지에는

저 갖다주라고 뜯으신 화단의 돌나물과 텃밭의 토종부추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냥 무심한 며느리

주말에 일한다는 핑계로 반찬을 남편에게 덜렁 들려 보내는 며느리를

그저 말없이 보아주시는 아버님

 

아버님의 사랑이 돌나물 줄기 번지듯

맵싸한 부추향 번지듯 아침이 향긋합니다.

 

가만히 우리집 화단을 생각해 봅니다.

아마 지금쯤 상사화 이파리가 그리움에 젖어 촉을 올렸을테고

함박꽃 무더기로 순을 내밀었을테고

매화꽃 목련꽃 살구꽃 피었을테고

옹아나무 밥풀꽃 보리수 감나무 배나무 은행나무 죽순나무

봄 맞이를 하고 있겠지요

 

오늘 내리는 비 그치면 화단은 꽃으로 가득할테고

계절을 지나면서 봉숭아 채송화 꽈리꽃 상사화 국화 금낭화 피어나겠지요.

벌써 아버님 혼자 네번째의 봄을 맞이하시네요.

 

계절지나면 새촉은 그렇게 움터 오는데

한번 가신 어머니는 다시는 세상에서 찾을수 없는 그 세월

이제는 아버님도 그저 하나의 작은 정물로

그 너른 집을 지키고 계십니다.

 

처음엔 그 많은 자식들 불이나게 전화를 해대고 찾아다니더니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니

그 외로움 오롯이 아버님 몫이 되었고

큰 아들만 주말마다 아버님을 찾아갑니다.

 

텃밭에 상추를 갈고 아욱 씨를 뿌리시며 자식들 가져다 먹으면 좋을텐데

생각하시지만

나중에 쇠어 먹지 못할때까지

기다림에 지치십니다.

 

주말에 다녀온 남편이 말합니다.

"빨리 집을 고쳐서 시골로 내려가야지....혼자 계시다가 변이라도 나면...."

그 쓸쓸한 마음을 읽어내립니다.

하지만 두려운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겁나는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시골로 내려간다고 마음은 먹지만 막막할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얼마후 아버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아름다운 화단을 가꾸고 실한 텃밭을 가꾸며

그냥 자연처럼 살아갈 마음을 꾸려보겠습니다.

 

봄비가 내립니다.

고즈녘한 시골집은 더 고요하겠지요.

 

아버님께서 보내주신 봄 편지를 받고

그냥.....잠시 제마음 띄워 봅니다.

봄비에 젖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