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나이 만난이후 고생도 많았는데
쓴것을 달게여겨 모든 고통 이겨냈네
좁은 길 넓게여겨 웃으며 걸었더니
이제와 해가 뜨고 검은 구름 개였구려
부디부디 노래하고 춤을 추며
재미나게 살아보세~건강하게 살아보세~"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만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어린나이 열일곱에 복사꽃 같이 이쁘고 천사같은 모습으로 시집 온
아내가 어느덧 일흔셋의 생일을 맞은 어제저녁
육남매 모인 자리에서 일흔아홉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큰오빠의 노래와 작은 오빠의 ..그리고 동생들까지 어머니 좋아하시는 노래를 부르고
난 후..오십칠년 함께 가시밭길을 걸어오고 태산준령을 넘어 온 박꽃 같은 아내에게
아버지는 사랑가를 지어 부르셨다.
선비의 아내~청빈한 선비의 아내가 육남매를 세상에 걸어가게 만든 힘
어머니의 강인함과 가슴 아린 사랑과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양산 그늘 광동 팔십리라고 네 아버지 그늘이 너희들을 똑똑하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 너희 아버지"라고 이르셨던 어머니.
그 어려운 생활은 가끔 아버지를 원망하게도 만들게 했겠지만
어머닌 항상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셔서 우린 정말
세상에서 아버지가 가장 훌륭하신 분이라 여기며 자라왔다.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어머니의 세월이 얼마나 쓰고 얼마나 아팠고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철골같은 어머니 ,무쇠같은 어머니,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항시 웃음을 잃지않고
"신질 나무도 끝갈때가 있단다..니들은 모두 훌륭하게 잘 될거다
나는 그걸 믿는다"고 한번도 비색한 말씀 하지 않은 여린 나의 어머니.
큰오빠가 말했다.
"우리 아들은 잘될거다 훌륭하게 될거다..라는 말씀을 어려서 부터 하셔서
서울가서 그 어려움 속에서도 어머니 말씀 땜에 다른 길로 갈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것은 어머니의 주문이었고 기도였고..그리고 내 인생을 앞장서 걷던
불빛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워 지쳐있을때 어머니 말씀으로 다시 일어났습니다.
아마 어린 아들 객지에 보내놓고 어머니의 믿음으로
저를 이끈 등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그러며 어머니를 안았다.
그러자 어머닌 말씀 하셨다.
"우리 육남매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한마디도 거친 말을 듣지 않고 자랐기 때문에
잘 될거다.훌륭하신 아버지의 그 기운이 너희들 몸속에 퍼져 양기가 되고 어려움을
이기는 힘이 되리라 믿었다."
어찌 그리도 어머니는 수줍음 속에 강한 힘이 있을까?
어찌 그리도 남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을까?
허기는 아버지의 어머니 사랑도 남다르셨다.
경제적인 고생을 하는 아내가 조금이라도 몸이 편할 수 있으면 아버지가 다 하셨다.
지난 세월 연탄을 한번도 갈아보지 않으셨다는 어머니...쓰레기를 한번도 버려보지
않으셨다는 어머니..그리고 청소를 한번도 해보지 않으셨다는 어머니.
아버지는 언제나 지천택괘를 실천하셨다.
"아내를 내몸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면 그 가정은 윤택해진다.
아내를 업신여기고 큰소리 하고 누르면 그 가정은 천지비괘로
비천해진다"라는 주역의 실천을 대 학자답게 하셨다.
저녁이면 아들딸의 연필을 곱게 깎아 필통에 넣어주셨고
겨울에 학교를 가는 아침이면 연탄불에 운동화를 따뜻하게 데워
아버지의 사랑을 신고 학교를 가게하셨다.
그저 고생시키는 아들딸이 가여워 그 큰 눈에 애잔한 사랑을 담아 쓰다듬고
안아주고 하신 아버지.
2년전 어머니께서 위암 수술을 하셨을때
새벽이면 보문산에 올라가셔서 동이 터오는 기운을 받아
"내 아내 살려주면 내몸을 바치리라"고 기원하셨다는 아버지
그 기도 덕분에 어머니는 놀라운 회복을 하셔서 지금 건강하게 두분이 지내고
계시다.
병을 앓고 난 후 어머니는 아기가 되셨다.
일거수 일투족을 아버지가 보살피고 계시고
'그저 나가 놀아라 춤추고 노래하라'고만 하신다.
어머닌 선비의 아내답게 천자문을 거뜬히 쓰신다.
주역 서문을 읽으신다.
그리고 유행가를 좋아하신다.아들딸의 노래를 들으면 삼년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다고
모이기만 하면 노래를 부르게 하신다.
그건 아마 어머니의 지혜인것 같다.어려움을 이겨내는 지혜
노래를 부르며 함께 웃게 만드는 지혜...
어머닌 어제저녁 행복해 하셨다.
지고한 선비남편의 사랑가에 어머닌 촉촉히 젖으셨다.
"아버지 엄마한테 뽀뽀하세요~"했더니
어머닌 목을 움츠리시며"우린 평생 뽀뽀 않했다"고 수줍게 웃으셨다.
아!그모습이 어찌 그리도 이쁜지~
두분은 두분의 사후신체를 병원에 기증하셨다.
'세상에 와서 공헌한것 없고 자식들 고생시킨 몸, 아낌없이 주고 가겠다'
는 부모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우리 육남매
아프게 받아드렸다.
"어린나이 만난이후 고생도 많았는데
쓴것을 달게여겨 모든 고통 이겨냈네
좁은 길 넓게여겨 웃으며 걸었더니
이제와 해가 뜨고 검은 구름 개였구려
부디부디 노래하고 춤을 추며
재미나게 살아보세~건강하게 살아보세~"
아버지의 노래처럼 육남매는 그저 두분의 남은 여생 재미있게
건강하게 살아가시기를 기원하며
아버지 어머니가 곁에 계심을 감사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