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구 재 기
꽃밭에 얼굴을 부비며 빈 꽃가지를 흔들며 또 그렇게 지나야 하는 겨울, 그 비바람을 막을 수는
― ― 없다.
조금씩 조금씩 뒤안길을 보듬어 스스럼 열며 꽃철을 맞아 사위어져 가는
― ―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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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벗은 흰 나비떼가 하늘 가득하게
쏟아져 내린 날
그야말로 내일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눈을 하얗게 쓰고
내 삶의 거리에서 돌아온 저녁
남편에게 사탕병을 선물 받았다.
낮에 눈 쏟아지는 유리창 너머
한장의 거대한 도화지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편들은 아내를 여자로 보아주지 않아
만약 남편이 애인 이었어봐
이런날 휴대폰 문자가 수 없이 날아 왔을텐데
이 남편들 문자도 날리지 않네...연애시절엔 차 마시자 장미꽃 사준다
그러더니 20여년 사니까 그런 감정조차 일지 않나봐"
그러고 투덜 거렸는데
이렇게 사탕을 준비하고 날 기다렸다.
소주 한잔으로
꽃샘추위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