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기본 주제방 2006/03/13 21:59   http://blog.azoomma.com/silkjewel/220572

꽃샘추위  

                     구 재 기  


꽃밭에 얼굴을 부비며
빈 꽃가지를 흔들며
또 그렇게 지나야 하는 겨울,
그 비바람을 막을 수는

―  ―  없다.

조금씩 조금씩
뒤안길을
보듬어 스스럼 열며
꽃철을 맞아 사위어져 가는

―  ―  최후의 만찬.

 

허물 벗은 흰 나비떼가 하늘 가득하게

쏟아져 내린 날

그야말로 내일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눈을 하얗게 쓰고

내 삶의 거리에서 돌아온 저녁

남편에게 사탕병을 선물 받았다.

 

낮에 눈 쏟아지는 유리창 너머

한장의 거대한 도화지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편들은 아내를 여자로 보아주지 않아

만약 남편이 애인 이었어봐

이런날 휴대폰 문자가 수 없이 날아 왔을텐데

이 남편들 문자도 날리지 않네...연애시절엔 차 마시자 장미꽃 사준다

그러더니 20여년 사니까 그런 감정조차 일지 않나봐"

 

그러고 투덜 거렸는데

이렇게 사탕을 준비하고 날 기다렸다.

 

소주 한잔으로

꽃샘추위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