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북해도의 추억과
내 아버지가 촉촉히 젖은 눈으로 부르시던 일본노래....
그 땐....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일제시대가 그리우신건 아니죠?"
당돌하게 따지는 내게
"그기 무신 말이고? 지금도 그 시절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아이가?"
하시던 할머니....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6.25전까지 일본에서 사셨고,
아버지와 형제들을 일본에서 낳고 기르셨다.
그 땐...
참 이상했다.
치가 떨린다면서도
북해도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시던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나는 걸어안댕기고 주로 말타고 댕기따아이가?
북해도 살 때는 우리집에 말이 있었거덩.
그라고...
겨울에는 요~래 요~래 스키도 타고 댕기쓰..."
하며
스키타는 흉내도 내시던 아버지...
이젠 알 것 같다.
치떨리던 일본생활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 분들이 그리워하신 것은
바로
자신의 젊은 시절.
젊은 시절의 그 추억이 온통 일본땅에 있었을 뿐이란 것을.....
가을이다....
다시 명륜당 은행잎이 사무치게 그리운 가을이다.
세월이 갈 수록
그 노란색이 사무치게 그립다....
명륜당 은행나무에 얽힌 유별난 추억없이도
이토록 사무치게 그리울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안다.
스무살 시절....
어느 가을 오후
내 눈 속으로 노랗게 쏟아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냥 이렇게....
눈물나게 그립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