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7년 째 봄이 지나가는 요즘.
초기에 공들여 마당을 가꾸고 화초를 기르던 열정,욕심이 슬며시 사라진 듯 하다.
다른 집보다 예쁘게 보이려 상품화된 풍성한 화분으로 치장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우리집만의 소박한 멋이 흐르기 시작했다.
박새가 떠나고 허전하려던 차에 우체통 옆 울타리를 타고 장미가 피더니 여느해 보다 풍성한 몽우리를 열어 아예 빨간 덩어리로 보일 지경이고 쥐똥나무꽃도 질세라 그 아래 꽃과 향을 피우고 좁디 좁은 마당 구석구석에서 노랑 붓꽃도 며칠 얼굴을 보여주더니 3년 째 이파리만 무성하던 목단이 두 송이 꽃을 피워냈다.
둥굴레도 꽃을 달고 있고 그 아래 바위취가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어 그 작은 꽃을 감상하려면 몸을 낮추어 가만히 들여다 봐주어야 한다.
골고루 관심을 주고 관상하기도 바쁘지만 꽃 욕심을 버릴 수 없어 화원에서 길러낸 화초를 사다가 빈화분을 채우려 몇 번을 작심턴 어느 날엔가는 모양이 요상스러운 새싹이 나는가 싶더니 스스로 꽃을 피우기까지 했다.
팬지랑 데이지랑..씨앗이 떯어져 겨울을 나고 혼자 비맞고 자란 것이다.
야생 그것도 환경이 혹독한 작은 화분 안에서 생명을 키워낸 평균보다 훨씬 작은 그 모양새를 보면서 위대한 탄생,생명의 기적,힘을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텅 빈 화분에 몇 포기 화초의 성의를 보여준 야생의 힘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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