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가는 준비가 예전만큼 무겁지가 않은 건 시집 가까이 사는 막내동서의 공이 크다 할 수 있다.
예전엔 뒤트렁크 가득 밥상을 차릴 준비를 해가야 했었는데...
시어른 돌아가시고 제사상을 차리게 되면서 가까이 사는 동서의 마음 편하게 일을 미뤄주니까 나름 할 일을 찾은 동서는 시집에 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진 거 같다.
가까운 만큼 일찍부터 자리잡고 일을 하는 동서의 수고에 그저 미안하고 고맙다.
고 3 수험생까지 대동해 우리 가족 모두 움직이려니 우린 이제 늘 맨 꼴찌를 면할 수가 없다.
덤보의 보충수업을 빼먹고 같이 움직이는 거 신경쓰다가 내 안약을 빼먹었다는 걸 깨달은 건 고속도로에 들어서서의 일이라 조용히 포기를 했어야 했다.
밥은 굶어도 약을 거르면 안되는데...
까짓거 죽기야하겠는가...
집을 나서기 전 마당에 쑥부쟁이를 꺾어 젖은 신문지에 싸갔는데 차 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모습이 일하러 가기 싫은 며느리 모습같다.^^
시집에 도착하니 어머니의 마당엔 꽃잔치가 벌어진 거 같다.
과꽃,백일홍,장미,분꽃,국화,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가지 가을 꽃들...
다행히 쑥부쟁이는 없다.
시:손에 그게 뭐꼬????
며:네~~~쑥부쟁이 좀 꺾어왔어요..엄니 구경하시라구요.....
마당 수돗가에서 물을 받아 꽃이 살아나는 동안 나도 동서가 따뜻하게 부쳐놓은 전을 먹으며 형님과 수다로 기운을 회복하고 있었다.
환갑을 앞둔 형님이 앞장을 서서 일을 하시니 엄살도 못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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