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겐 진이 빠지는 일 | ||
| ||
남편은 거절을 모르고 까다롭게 주문하는 걸 잘 못한다. 난 거절을 쉽게 하고 분명하게 주문을 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데. 일상에서 남편과 함께 일을 도모하다보면 그런 남편의 행동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또 내가 남편을 불편하게 하는데 대개는 남편이 저지른 일은 뒷감당을 남편이 하게끔 잔소리를 않는 편이라 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인데. 떡케잌껀은 이랬다. 토요일이라 딸래미가 좋아하는 케잌이 남아있지 않을 거 같아 걱정을 했더니 떡케잌을 주문하쟎다. 사무실에서 먹어보니 좋았다면서... 문젠..우리 딸래미가 떡을 안좋아하는 걸 생각 않고 전화 번호를 알아보고 성의를 보이길래 어떻게 생겼나 궁금키도 하고 다음 기회에 쓸 일이 있을까 싶어 전화나 해보자고 했던 것인데.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않고(가게가 어디쯤에 있나 물었건만) 배달가능하다며 필요한 날이 언제냐고. 위치만 알면 지금 산책삼아 가보려고 했다며 내일 생일이라서 케잌이 필요하다 했더니만 떡이 어떻구 저떻구..난 못알아듣는 소리만 해서 남편에게 넘겼었다. 먹어본 남편이 듣기도 낫겠지..싶어서. 아마도 떡케잌에 대한 설명을 하는 거 같은데... 남편이 4인 가족이라고 대답을 했더니 얼마짜리면 되고 카드결제가 되며 배달해 주겠다는 걸로 순식간에 전화를 끊는다. 피곤한 하루였기에..그래..배달해주니 편하지 뭐..라고 좋게 생각하고. 배달된 케잌을 보니 생김새도 맘에 들고 다만 꽤 양이 많아서 조금 걱정스러웠다. 상온 보관하라네... 그러구는 떡집에서 보내온 카달로그를 보면서 다양한 상품내역과 품질관리를 자랑하는 문구를 보니 갑자기 기분이 묘해지는 거 아닌가. 4인용도 아니구. 다양한 케잌 종류가 있었는데... 더구나 당일 판매 안된 것은 전량폐기 한다는 문구. 필요한 날 전날에 주문하면 배달 서비스가 있다는. 케잌은 다음날 딸 아이가 가지고 돌아가서 친구들과 나눠 먹을 것인데... 상품이 이것 뿐이 아니었는데..왜?냐고 전화해 물었더니만 많으면 냉동실에 놓어두고 먹으면 된단다. 많고 적고 어떻게 먹을지는 내가 생각하는 일이지... 그것밖에 없는지 변명처럼 냉동실 운운만 한다. 내 새끼만 먹일 거 였으면 안샀지..떡 좋아하지도 않는데. 빤히 속이 보이는 걸. 남편은 그냥 넘어가자고 그러구. 난 내일 필요하니 내일 다시 배달해 달라고 했고. 그래서 남편이 뿔났고 난 진이 빠졌다는... 전날 배달 된 떡을 가져갔으면 딱딱한 걸 먹을 뻔 했는데... 한 번 먹어봐라 하고 조끔 떼어서 테이블에 놔뒀는데..남편은 손도 안대고. 그런 걸 그 밤에 내가 제대로 배달 된 상품이라고 받았어야겠었는지... 장사 하루 하고 말건가... 아빠가 잔뜩 신경질이니 생일을 맞은 아이가 눈치를 볼 수 밖에. 아이구 미워라~~~~ 21번 째 생일을 맞은 딸래미에게 이런 분위기가 미안해서 떡에 얽힌 사연을 말해주며 맛 좀 보라고 손톱만큼씩 잘라서 접시에 예쁘게 다시 구성을 해주었더니 보기좋은 떡이라며 또 생각보다 맛있다며 잘도 먹어준다. 딸이 정말 잘 컸다... 뿔은 내가 나야하는 구먼. 딸래미 기호도 아직 모른다는 말인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