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느라 도무지 잘 생각 않는 녀석을 방에 들어가게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을 청하려고 티비를 켜놓고 깜빡 졸았나부다. 남편이 먼저 잠이 들어 안경을 벗고 자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더니 작은 소리에 잠이 깨어 버렸다. 덤보가 다시 내려와 거실 티비를 켜는 소리에 잠이 깼던 것이다. 새벽녘 알람소리를 끄러 들어가는 인기척이 거실쪽에서 들리는 것이 밤새 티비를 켜고 수능 휴일을 맘껏 즐겼던가 보다. 그렇게 새벽에 잠이 들어 남편이 출근할 무렵 일어나서는 덤보가 머리를 깎아 달란다. 오늘 스케줄에 있단다... 훌러덩 벗고 변기에 앉아서 하는 말이. 덤:모친~~나 기숙사에 있으면 머릴 어떻게 깎지??? 나:벌써 걱정이야?대학가 근처에 머리 깎을 곳 많어..걱정 말어. 너 대학가서도 엄마랑 깎을래?엽기 모자 될까?지금두 엽기인데... 덤:아하..미장원에서 하면 되는구나... 나:집 가까이 대학에 가지 멀리 가려구?? 조금 더 열심히 해서 가까운 대학에 가라... 덤:모의고사 배치표 보니까 가까운 대학두 지원가능하던데...과를 조금 수정해서... 훌러덩 벗고 변기 뚜껑위에 앉아 하는 말 치곤 앞날에 대한 구상과 대책이 구체적이라 큰 아이 입시를 치룰 때 보다는 훨씬 믿음직 하고 여유가 있다. 하는 짓은 유치원 수준인데... 말하고 생각하는 건 자기주도적 공부와 삶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눈에 비눗물 들어갔다고 물 좀 뿌리라는 시끄러운 녀석. 12디옵터가 넘는 안경을 벗으면 뵈는게 없어서 훌러덩 벗고도 부끄러운줄을 모르나... 그렇게 머리를 깎고 샤워를 대충 하고는 다음 할 일은 점심을 먹을 때 까지 독서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해야 한단다. 모친 등이나 밀고 나가라..했더니 성의없이 대충 하고 나가서는 그 사이 오는 전화에 대고 모친이 전화를 받을 상황이 못된다는 소리나 하면서 연결도 안해준다... 그래서 구석구석 청소까지 마치고 뽀송하게 물기 닦고 나오니 대장 코끼리랑(덤보의 작은 이모) 뉘신지 알 수 없는 모친 친구분이랑 전화를 했대나... 친절하게 장 볼 리스트까지 적어서 컴 앞에 얹어 놓고 적어놓은 건 하나도 빠지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내가 덤보 시집살이를 해요............... 남들보다 늦게 독립을 하고 나더니 혼자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 걸 큰 자부심으로 여기는지 가는 길이니까 떯어트려주겠다고 같이 나가자는 것도 부탁을 들어주듯 유세고. 나도 비굴하게..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에 서운해서 내가 태워다 주는 게 얼마나 편하고 경제적인 것인지 아들에게 감언이설을 하는 것이 젊은 애와 놀기 위해 안간힘이다. 깎아논 밤톨같이 동글동글하고 훤칠한 덤보를 보면 언제 저렇게 컷는지...신기하다. 내일부터는 11시까지 야자를 한다고...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녀석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나마 완벽한 고3 체제는 또 아니라고 여유를 부린다... 아주 스케줄을 다꿰고 있는 것이 그런 마음이면 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덤보가 6살 때 부터 생물학을 전공하겠다는 소릴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1년이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