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조차 없길래...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어제 거른 세수를 대신해 오늘은 정성껏 때를 밀어주자고.
가볍게 샤워하러 들어갔다가 계획이 바뀌어 전화기도 들고 들어가고 물도 마시고 준비가 많다.
혹시라도 갑자스런 약속이 잡히면..그런 기대를 하면서 목욕탕 청소까지 마쳤는데도 전화가 조용해서 마무리까지 여유있는 목욕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오랫만인지...
이런 한가로움과 나른함이 좋았다...
세탁기에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할 일을 찾는 즐거움이 잠시.
무조건 집으로 와달라는 친구 전화에 꽃길을 관통하는 즐거움을 연상하며 젖은 머리를 휘날리면서 나갔는데...
어제보다 더 활짝 핀 벗꽃이 자꾸만 한눈을 팔게 한다.
입으로는 어머어머~!감탄사가 절로 수다스럽고 주책스럽게 삐져나오는 걸 느끼며 도로사정을 보면서 운전해 가는게 아니라 하늘을 배경으로 한 벗꽃에 홀려 끌려가는 느낌이랄까...
마치 내 목적이 거기에 있었던 듯...
꿈을 꾸듯 꽃길을 관통해 잠깐 친구를 만나고 돌아왔는데...
당분간 이렇게 뛰쳐 나갈 구실을 자꾸만 찾을 거 같다...
